중국에서 성군(成君)으로 칭송받는 ‘한(漢) 문제(文帝)’는 ‘죄기조(罪己詔)’라는 것을 만들어 황제도 잘못을 저지르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조서를 내렸다. 그 옛날 황제의 말이 곧 법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참 대단한 일이다. 죄기조란 조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국가에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혹은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황제가 자신의 과실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쓰는 조서다. 주로 세 가지 경우에 황제가 죄기조를 내렸는데 첫째는 군신의 관계가 어지럽혀져 왕권이 약화되었을 때, 둘째는 천재지변으로 나라에 큰 재난이 닥쳤을 때, 셋째는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이다.

현대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여론이 나빠지거나 정권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자신이 임명한 고위관리직을 물갈이하면서 ‘인적쇄신(人的刷新)’이라는 수단으로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수단으로 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적쇄신은 말 그대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부의 잘못을 반성하고 잘못된 것은 바라보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은 정권 연장과 권력투쟁이 가장 우선시 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인적쇄신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창 사정정국(司正政局)이다. 어느 정권이든 처음에 정권을 잡으면 기존 정부의 허물을 잡아서 새로운 정부의 원동력을 얻으려고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다. 하지만 사정의 칼날에 명분이 없으면 역풍이 불게 마련이다. 명분은 공명과 정의가 핵심이다. 공명과 정의가 없는 칼날은 역사적으로 어느 정권이든 역풍을 맞았다. 명리학(命理學)에서도 권력을 상징하는 관살(官殺)은 명분과 도덕을 상징하는 인성(印星)이 잡는다고 표현했다. 지식과 미디어의 발달로 현대사회의 국민들은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다. 무엇이 그르고 옳은지를 그 어느 시대보다도 잘 통찰한다. 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진정한 리더쉽이다.

성군을 훌륭한 군주라 일컫는 이유는 백성이 자발적으로 사회도덕과 법률 법규를 준수하게 하고, 백성이 백성 자신은 물론 타인과 사회 전체를 위해 공헌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성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따르도록 하는 동시에 공의를 목표로 하는 군주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거양득의 통치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라 할 수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야가 따로 없고 오직 국익만을 위해서 단결하는 모습이 이상세계에서만 가능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오늘날을 사는 우리 국민들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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