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바우어 作 ‘청춘의 여신 이둔을 납치해 가는 로키’ <위키피디아 검색>

엘리자베스 르 비룅 作 ‘헤베로 분한 안나 피트의 자화상’ <위키피디아 검색>

피카소 作 ‘블루(Blue):불안의 자화상 <위키피디아 검색>

온통 초록으로 싱그럽게 물든 새싹과도 같은 계절을 흔히들 삶의 청년기에 빗대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청춘과도 같이 아름답다고…’.

이처럼 삶의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인생의 황금기에는 무엇을 하던 존재만으로도 빛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꼽아 보자면 무모함, 겁 없는, 풋풋함, 도전정신, 과감함 등이 떠오른다. 젊음 자체가 가지는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이런 단어들만 보아도 이 시기가 삶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앞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중요할 때이기도 하며, 돈으로 살 수 없고, 그 가치를 함부로 가늠할 수조차 없기에 청춘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림 속에서는 아름다운 청춘이 어떤 식으로 묘사돼 있을까? 대부분의 그림 속에서 청춘은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그대로 가져다 붙일 수 있을 만큼의 젊고 예쁜 여신으로 등장하고 있다.

청춘의 여신으로는 그리스 여신 헤베(hebe), 로마 신화의 유벤타스(juventas),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둔(Idun)까지 다양한 이름을 가진 여신들이 있다.

그러나 그리스어를 포함한 라틴어의 ‘젊음’에서 가져다 지은 이름들만 보더라도 이 여신들 모두가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이 그린 작품에는 청춘의 여신 헤베로 묘사된 안나 피트의 자화상이 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감미롭고 온화한 매력이 느껴지는 초상화에는 청춘의 여신 헤베가 그랬던 것처럼, 신들에게 포도주를 대접하는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신들의 음료였던 넥타르는 젊음을 주는 음료로 신들이 청춘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는데, 그림에서는 헤베의 아버지인 제우스가 독수리로 분해있고 그녀는 그에게 포도주를 주고 있다.

아름다운 묘사가 돋보이는 로코코 시대를 살았던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비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궁정화가로서 활동하며 왕비의 그림을 무려 서른 점이나 그리기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초상화에 특화된 그녀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살아 움직일 듯한 생기 넘치는 여인의 모습은 젊음 그 자체이다.

제우스와 헤라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헤베는 그 아름다움에 장밋빛 뺨의 여신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신격화된 헤라클레스와 결혼했고, 후에 쌍둥이 알렉시아레스와 아니세투스를 낳는다.

북유럽 신화 속에서 청춘의 여신은 이둔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리고 그리스의 포도주 대신 이둔이 상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과’다.

이 청춘의 사과를 늘 바구니에 넣어 다니며 신들에게 대접하는 그녀 덕분에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결코 늙지 않는 영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둔과 청춘의 사과가 통째로 없어져 한바탕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범인은 마블 영화 속 악당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하는 로키가 바로 그 소동의 주범자였다.

이유인 즉 오딘과 화니르, 로키 이렇게 셋이서 함께 여행을 하던 중 거인 독수리와 마주치게 됐고 독수리가 그들의 식사를 가로채려 하자 로키는 독수리를 공격하게 된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결국 ‘살려달라’고 비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독수리는 로키에게 이둔과 청춘의 사과를 가져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로키는 이둔을 독수리에게 데려다주고 만다.

이 장면을 묘사해 둔 존 바우어의 작품 ‘청춘의 여신 이둔을 납치해 가는 로키’에서 보면 사과를 한 꾸러미 들고 있는 이둔 뒤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는 로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웨덴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존 바우어는 주로 풍경과 신화에 관한 것을 주제로 삼아 그림을 그렸다. 특히 스웨덴의 민속 동화의 작화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거의 만화와도 흡사하게 그려진 그림에서도 그의 일러스트적인 특징들을 살필 수 있다.

결국 이둔이 멀어지게 되자 급격히 노화를 느끼게 된 신들은 이일이 로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들에게 로키가 사실을 말하고 함께 독수리를 무찌르고서야 신들은 젊음을 다시 찾았고, 아스가르드도 평화를 되찾게 된다.

신들도 쩔쩔매는 것을 보니 젊음이 참 좋기는 좋은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처음이기에 아쉽고 가장 찬란한 순간들로 가득 차야 할 요즘 청춘들의 삶은 과연 어떠한가?

어느새 청춘의 중반을 지나오고 있는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시기를 보내고 있을 독자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예상한 그대로 우리 청춘들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주거문제를 비롯해 먹거리, 일거리 등 생계를 꾸려가기엔 너무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의 주기 중 겪고 지나가야 할 많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하다.

가능한 청년들이 고민해야 할 일들이 비단 위와 같은 생계뿐만이 아니라 이에 더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능해야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청년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이 바로 우리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화가들의 청년기도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명화가 피카소도 청년기 작품을 보면 고집스럽게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렸던 암울한 시기가 있었다.

일명 청색 시대라 불리는 시기인데,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막 파리에 입성했지만 막상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배고픔과 굶주림, 그리고 친한 친구의 자살이었고, 이 일로 인해 피카소의 삶과 작품에는 큰 변화가 오게 된다.

이현남 전남대 강사

온통 우울한 푸른빛으로 가득 찬 화면에는 희망과는 반대되는 우울과 관조, 죽음의 이미지가 풍겨 나오는데, 우리네 청년들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의 존재 이유까지 되물어야 했던 이 시기를 잘 이겨낸 그는 결국 20세기 미술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위대한 화가가 되었고, 어둡던 시기를 지나 마침내 장밋빛 시기로 들어서게 된다.

때론 엄청난 양의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나약함으로 다가와 죽음과 포기를 주기도 하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희망으로 또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원동력이 돼 주기도 한다.

우리네 청춘들도 각자가 삶의 자락에 찾아온 고비들을 슬기롭게 대처해 간다면 우리의 미래가 더욱 밝고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정책적으로도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청년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맺는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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