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橋(하교) - 연희
河橋牛女重逢夕 玉洞郞娘恨別時(하교우녀중봉석 옥동랑낭한별시)
若使人間無此日 百年相對不相離(약사인간무차일 백년상대불상리)
은하교에 견우직녀 다시 만나는 밤
하늘나라 신랑 각시 이별이 슬픈데
세상에 이런 날 없으면 이별이 없으련만.

선현들이 견우와 직녀에 얽힌 시상을 떠올릴 때에 사랑의 절절함이 은하수교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어 이별과 만남이란 그리움의 장면이 떠오른다. 애잔하게 까막까치들이 은하수 다리를 놓는 모습이란 그림으로 정성을 채우는 과정은 두 별의 애타게 기다렸다는 마음을 담은 것 같아 가슴을 더욱 울컥하게 한다. 만약에 인간 세상에도 이런 이별의 날이 없다고 하면 백년을 함께 하면서 이별하는 일 없으련마는 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은하수 다리에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나는 그날 밤(河橋)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연희(燕喜)인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은하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나는 그날 밤 / 하늘나라 신랑 각시의 이별만은 슬프구나 // 만약에 인간 세상에도 이런 (이별의) 날이 없다면 / 백년을 함께 하면서 이별하는 일 없으련마는’이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은하수 다리’로 번역된다. 전설로 전해오는 오작교를 통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을 두고 많은 시상을 일궜다. 일 년에 단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그 장면을 두고 애틋하게 생각했던 로맨스 같은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여류시인들이 시적인 제재(題材)로 삼아 일궜던 시상은 마냥 넉넉해 보인다.

시인의 시제는 여느 작가들 보다는 독특한 시상 주머니로 넉넉한 모습을 상상해내게 된다.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나는 밤에 다음날부터 전개되는 하늘나라 신랑 각시의 이별이 더욱 슬프다고 했다. 여느 시인의 사람에게 ‘이별’이란 글자가 없었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라는 말이 마음 ‘찡’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화자는 다시 인간의 이별에 대한 많은 그 쓰라림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려는 완만성까지 열어 보인다. 만약에 인간 세상에도 이런 날이 없다면, 백년을 함께 하고도 이별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여유로운 제스처를 보인다. 하늘에서 벌이지는 이별이 마치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그것과 흡사(恰似)하다는 여유로움 때문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河橋: 은하수 다리. 牛女: 견우와 직녀. 重逢夕: 만나는 밤. 玉洞: (여기선) 하늘나라를 뜻함. 郞娘: 신랑과 신부. 恨別時: 한스러운 이별을 할 때에. // 若: 만약. 使人間: 인간으로 하여금. 無此日: 이런(이별의) 날이 없다. 百年: 백년. 곧 평생. 相對: 마주 대하면서. 不相離: 서로 이별이 없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