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5월’

‘내 친구’

현대사회는 100세 이상 장수의 시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이다. 건강한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년을 맞아 우리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한 어르신의 그림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김옥자(사진) 여사의 초대전 ‘95세 엄마의 그림세상’이 다음달 29일까지 카페갤러리 보리와 이삭(동구 동계로 12번길 5)에서 열린다.

김 여사의 이번 전시는 광주교대 명예교수인 딸 김성숙 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 교수가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전시를 연 ‘보리와 이삭’에서 새해 특별한 초대작가를 찾던 중 어머니의 그림을 초청한 것이다.

김 교수는 “어머니께서는 처음에 당신의 그림을 선보이는 걸 부담스러워하셨다. 하지만 소박한 그림을 그리면서 삶의 의욕을 찾게 되신 어머니처럼 다른 어르신들께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로 95세를 맞은 어머니는 지난 20여 년 간 미술교육과 교수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딸을 보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망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본격적인 그림 활동은 재작년 9월 음식점 유리문에 왼손을 다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후부터였다. 침대에 누워 무료한 일상을 달래던 중 조그만 수첩에 이불에 새겨진 꽃무늬를 그리기 시작한 것. 어머니는 멀쩡한 오른손에 펜을 쥐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계속해서 그려냈다.

이를 본 딸이 어머니에게 A4 크기의 스케치북과 24색 사인펜, 크레파스를 선물했다. 침대에 앉아 가볍고 편리한 다리미판을 책상 삼아 한장, 두장씩 그린 어머니의 그림은 10개월 사이 100여점이 됐다.

넓다란 강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이나 꽃나무 아래 강아지와 함께 앉아있는 소녀, 형형색색 사슴과 호랑이, 말과 부엉이, 나비 등 회화에서는 순수하고도 맑은 영혼이 느껴진다. 마치 동심의 세계로 돌아온 것 같은 그림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늑하고도 편안한 카페 분위기와 어울리는 20여점 그림을 선별해 소개한다.

김옥자 여사는 “그림 그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두세시간씩 집중해서 그리다 보면 기분이 안정되고 마음도 편안해진다”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결과물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다”고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 오프닝은 3일 오후 4시 카페갤러리 보리와 이삭 메인룸에서 진행된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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