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상영되는 ‘베니스의 상인’ 스틸컷

광주 대표 인문학 모임 ‘20세기소설영화독본’이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6년째를 맞은 이 모임은 조대영 동구 인문학당 프로그램 디렉터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360편의 소설과 영화를 감상했다.

2024년 첫 프로그램은 오는 17일 ‘용띠 해’를 맞아 신화적인 작품으로 포문을 연다.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쓴 ‘백년 동안의 고독’과 이를 영화로 만든 테라야마 수지 감독의 ‘안녕 하코부네’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원조격인 소설이다.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마콘도 마을을 무대로, 한 집안의 백년에 걸친 역사를 환상적으로 직조해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만드는 테라야마 수지 감독은 원작을 일본 상황에 맞게 독창적으로 각색했다는 평을 받는다.

다음으로 31일에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만난다. 이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감독은 마이클 레드포드다. 일찍이 ‘일 포스티노’와 ‘1984’ 등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으며,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대사들을 최대한 살려냈다.

2월7일에는 서머싯 몸의 ‘면도날’이 기다리고 있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와 함께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면도날’은 인생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구도의 길을 떠나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이를 영화로 만든 ‘면도날의 모서리’에서는 빌 머레이가 성자를 따라 명상과 배움의 길에 나서는 주인공 ‘래리’를 연기했다.

2월21일에는 SF 작품을 만난다.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는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는 과학이 줄 수 있는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담았다. 이 원작을 영화로 옮긴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는 영화화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소설을 군더더기 없는 영상 언어로 옮겼다.

이밖의 작품들로는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 앨리스 워커의 ‘칼라 퍼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만든 집’,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 등이 있다. 이들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 역시 기대를 모은다.

한편 20세기소설영화독본은 광주극장 뒤편 ‘영화의 집’에서 격주 수요일 오후 7시에 모임이 열린다. 첫 모임은 1월17일이며,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은 책을 읽고 광주극장 ‘영화의 집’을 방문하면 된다. 문의 010-4660-5792./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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