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m 규모의 대작 ‘부석사 설화 - 새로운 신화창조’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박소빈 작가.

“무등산에서 출발한 용틀임이 광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형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 평화와 화합으로 함께 가는 길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용의 여인’ 박소빈 작가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의 신화’를 담아낸 신년기획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판화·드로잉 등 80여점을 비롯해 아카이브 자료까지 총 150여점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30여 년 용과 함께 성장해온 작가이면서도, 연필을 주된 작업도구로 삼아 수준 높은 스케치와 드로잉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그 실력을 인정 받았다.

작가는 고향인 광주 그리고 자신의 작업세계를 확장시켜나간 시립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를 연다.

2009년 뉴욕 레지던시에 이어 2011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창작센터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해외활동에 나선 작가이기에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지난해 말 완성된 신작 ‘용의 부활 - 무등의 신화’ 오른편 아래쪽에는 광주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옛 전남도청과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주의 영혼으로부터 시작된 용틀임은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부활’이라는 신화를 창조한다.

‘용의 부활 - 무등의 신화’

가로 17m 규모의 대작 ‘부석사 설화 - 새로운 신화창조’는 전시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다. 작가가 2017년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49일간 현장 퍼포먼스로 완성한 그림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독특한 용의 형상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제작 이후 7년 만에 처음 관람객들과 만난다. 규모 면에서 이같은 대작을 소화할 전시장이 드물다는 것을 고려할 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시에서는 시립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대형 애니메이션 작품 ‘미르 사랑, 용의 무한한 신화’를 만나볼 수 있다. 평면으로만 존재했던 작가의 그간 작품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또다른 방식으로 그만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수많은 예술적 요소들로 이뤄진 꿈과 상상력의 ‘용’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펼쳐갈 예정이다.

“결국 제 작업의 본질은 인간 존재의 문제입니다. 인체 작업으로 시작된 제 작품은 동양사상 속 ‘용’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저만의 용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는 18일에는 오랜 시간 작가의 작업을 지켜본 이들이 함께 하는 심포지엄이 마련돼 있다. 리처드 바인 아트 인 아메리카 전 편집장을 비롯해 탈리아 브라초풀로스 큐레이터, 주치 중국 평론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박천남 독립큐레이터가 패널로 참여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작가의 작품 성향, 철학적 관점에서의 작품세계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3월24일까지 이어진다.

‘The Deep 3’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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