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인간은 신세계의 목전에 서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팬데믹, 기후 위기와 전쟁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AI의 등장은 어제까지의 세계에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 자연의 수용 능력을 벗어나서 지속 가능한 좋은 삶은 없다. 그 점은 명확하다.

살면서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은 항상 내 그림에 있었다. 어둠에 어둠을 더하면 아무것도 없다. 빛에다 빛을 더해도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가끔 절망이 있어 줘야 희망의 시기가 옴을 느낄 수 있다. 살면서 모든 것이 막막해질 때 그린다는 행위는 날 선 강박의 조형으로부터 창작의 세포를 탄생시킨다. 마치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리는 원시인들처럼 절실함은 그림에 집중할 힘으로 나를 근심걱정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구도적 회화의 여정에서 중요한 건 내가 주어지는 환경에 지배당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현상계를 내 것으로 만들고 자유자재로 들어왔다 나왔다 하는 이 마음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현재에 충실하며 이 지구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과정에서 행복을 찾으며, 그림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다.

IMF보다 더 어려운 현 상황에서도 나는 그림에 집중하며 색깔로 태어난다. 어떻게 해야 함축적인 컬러로 많은 것을 상징할 수 있을까?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그림 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무를 것이다.” 명료한 것이 늘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고는 늘 명료하다. ‘자연, 그리고 인간’을 그리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이 주는 감동을 파랑으로 전한다. 색으로 깨어나다, 색깔로 태어나다, Simple is Best!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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