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녘

달을 주워가는 사람을 보았다. 머리에 이어서 커다란 광주리인 양 두 팔을 허우적이고 있었다. 누군가 한 줄처럼 보이는 이를 뽑아 던져넣었다. 그의 아이 하나가 금인지 확인하곤 달에 다시 던졌다. 튕겨나간 것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앞섶이 불룩해졌다. 심장이 두 개처럼 떤다. 점유이탈. 달을 비껴서 그늘에 숨었다. 사망 신고된 자가 아는 체한다. 굽은 생선 같던 달이었다. 가까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비린내가 지워진다. 둥실 차올랐다. 수박이 쪼개지듯 비가 내린다. 물항아리된 달을 받아 머리에 이었다. 고개가 곧추 섰다. 아픈 허리 아래로 맑지 않은 땀이 흐른다. 부르는 소리가 오래도록 들렸다. 사내는 목이 쉬어 배고픈 웃음을 웃었다. 달을 부어 밥을 짓는다. 수저는 여전히 찾기 어려웠다. 죽은 자의 옷 보따리를 이었다. 다시 고개가 묵직해지며 등뼈에 힘이 꽂혔다. 달을 주워가던 사람이 되어 눈을 아래로 내렸다. 발끝에서 어린 염소들이 재주넘기를 하였다.
(시집 ‘더께’, 한국문연, 2023)

[시의 눈]

‘이다’. 곡식자루를 이는 건 어머니 몫이었지요. 지다. 아버지가 짊어진 짐이지요. 한데, 달을 ‘광주리’처럼 이고서 한 사내가 들녘을 허우적이며 나옵니다. 가득 수확물이 찼군요. 거기 반원같은 뽑은 이를 던지던 울음도 있습니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썩은이가 낙하됩니다. 사내는 주머니에 넣습니다. ‘점유이탈’된 이빨은 제집을 찾은듯 하지만 곧 삭고 말겠지요. 생선처럼 등굽은 달이 ‘비린내’를 지우고 둥실해지자 빛은 완완해집니다. 한데, 곧 먹구름에 묻힌 달은 변색되는 군요. 큰비로 바뀌어 수박통이라도 가를듯 퍼붓네요. 물 먹은 달을 이자 기우뚱합니다. 목뼈로 버티는 울대가 눈금이듯 표시됩니다. 죽은 자의 보따리까지 이고 가다 고임목처럼 고정하고 내려다본 그의 발끝, 아 염소처럼 뛰노는 아이들이 있군요. 순간 목을 까마득히도 잊습니다. 나도, 밤새 컴을 물항아리처럼 ‘이다’에 집중한 탓인지 목디스크에 압득됩니다. 참, 탈고는 멀었는데, 우르릉! 밖엔 수박 망칠 우박 타박, 그 재촉의 겁박이 한창이군요. 김이녘 시인은 1971년 군산에서 나, 2020년 ‘시사시’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주해를 바라지 않는, 그 오독의 잠재성을 유도하는 무변의 자유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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