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속의 사유’

‘자연의 향기’

‘생성과 소멸’ <작가 제공>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내면적인 세계에 귀 기울였죠.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우연 그리고 필연 사이를 오가며 그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추상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지상의 길을 찾는 듯한 사유의 전시가 펼쳐진다. 다음달 13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열리는 조주남 작가 초대전 ‘우연과 필연 사이’다. 전시에서는 가로 10m 크기의 대작 1점을 비롯해 100호 5점, 30호 4점과 소품 등 총 2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대학 시절부터 35년 동안 추상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물감이 화면에서 번지고 우연히 색이 섞이는 과정이나 스프레이를 뿌려 어떤 나선형 그림자들이 화면 속에 나타나게 하는 등의 다양한 추상 실험을 즐겼다.

그는 우연과 필연 사이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며 독특한 작품활동을 펼쳐나간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연의 우주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물감의 우연한 효과와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흐름에 매력을 느꼈다”며 “무의식 상태에서 완성한 그림은 시공간을 초월해 각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대부분은 지난해 그려진 신작들이다. 물감의 퍼짐과 뭉침 등 자체적인 물성을 이용한 실험적인 그림들로, 작가만의 특유한 파동을 느껴볼 수 있다.

작가는 “3-4년 전에는 소용돌이 무늬 등 형상이 들어가곤 했는데, 최근 작업들은 여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원초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며 “회색빛이나 붉고 푸른 색상의 작품들은 의도한 것이 아닌 작업 분위기에 맞춰 갖가지 색깔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추상화를 그려온 작가는 지금까지의 작업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섬세한 작품들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든 추상화는 보는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신의 경험과 마음을 투사해 작품을 감상하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와 작업을 통해 더욱 성장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홍 갤러리생각상자 관장은 “우리는 하늘과 땅 사이, 시간과 공간 사이, 자연과 인간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무의식과 의식 사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마음이 안내하는 꿈을 따라 살아간다”며 “잠시라도 하늘을 보듯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추상화 작품 앞에서 삶을 돌아보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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