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222’

‘red#1’

사진 매체를 통해 포착된 장면이 감성적인 색채와 풍경으로 펼쳐진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진작가 박현진이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연다.

오는 3월24일까지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박현진 작가 초대전 ‘ROMANCE’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상상과 감성이 짙은 작품들로 관객들이 따뜻하고 희망찬 새해를 그려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나 순간들을 담아낸다. 결과물은 단순해 보이지만 작품 제작은 여러 과정을 거쳐 복잡하다.

그는 먼저 촬영된 사진의 색을 빼서 흑백으로 만든 후 색감 테스트를 진행한다. 잉크젯 프린터로 최종 작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사진보다는 마치 판화와 비슷해 보인다.

작품 표면에 여러겹 펼쳐지는 미세한 컬러의 입자들은 자연의 색에 가깝다. 이 아름다운 색 입자는 추상적 효과가 극대화됐다.

작가의 작품은 평면과 색채 실험의 회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과 회화 그 어딘가와 개념과 구상의 중간쯤 자리한 그의 작품은 매체를 넘어 형식과 의미 양쪽에서 다양한 여지를 열어둔 것처럼 보인다.

작품에 담긴 회화적 물성과 그로 인한 다층적 의미의 구성이 핵심인 그의 작품들은 언뜻 회화처럼 보이지만 사진 작품으로서 정체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작품이 갖는 가장 중요하고 큰 힘이다.

본 대로가 아니라 느낀 대로 색을 칠하는 회화같은 그의 작업에서, 사진은 실재하는 사실의 풍경을 담아내는 매체가 아니라 매우 개념적인 예술적 표현 그 자체다. 작가가 ‘사진’ 작품에 사실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큰 ‘로망스(ROMANCE)’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다.

또 ‘로망스’의 또다른 사전적 의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다’이다. 이미 과거가 돼버린 사진들에 작가는 명사와 형용사, 동사 대신 감각의 색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한다. 여기에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이 녹아있다.

사진 작품 외에도 쉬지 않고 내리는 비와 빗소리, 흔들리는 식물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비디오 작품 ‘esonance-공명’의 시간은 무한한 연속성을 갖고 흐른다.

작가는 “언제나 남겨진 물리적 흔적들은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확실하지 않은 감각으로 변형된 기억들을 사진으로 다시 만들어냈다”며 “사진 속 색을 다 제거하고 흑백으로 남겨진 사진 위로 기억의 색을 더하며, 몇 개의 레이어를 만들어 층층이 색을 쌓다 보면 우연의 색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관객들이 각각의 마음속 그려지는 ‘로망’의 색채나 이국의 풍경 혹은 내면의 심상 같은 것들을 펼치는 상상의 공간을 열어두길 바란다. 그런 로망이 위로와 즐거움을 줄 것이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신년의 꿈과 희망을 그려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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