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헌

골다공증 시간의 뼈 물컹물컹 삭는 날은
국밥 같은 단답형 후루룩 들이켜 봐도
겉도는
말의 알갱이들
부운 목젖에 뱅뱅 돌고

허방 짚은 말비린내 뜸 잘 들여 날려 보내고
모양 좋은 글꼴 메뉴 소담하게 담아낸
감칠맛
돌솥비빔밥 같은
대화 한술 뜨고 싶다
(시조집 ‘환한 식탁’, 동학사, 2023)

[시의 눈]

한때 소원했다가 재결합해야 할 상대가 있지요. 이때 점심 메뉴가 비빔밥이면 어떨까요. 뭐 칼국수나 불고기를 택하기도 하는데, 그건 칼로 베는 상징에, 석쇠에 굽는 일 또한 번거롭고 이야기 중 타버릴 때도 있지요. 년 전에 난 바쁘단 핑계로 국밥과 곰탕을 골랐다가 허, 대화할 틈도 없이 밥말아 후루룩 삼키고 헤어지고 말았네요. 소통 메뉴론 좀 그렇더군요. 혹자는 삼계탕이나 할까요 합니다만, 닭살을 가르고 찢는, 그래 의견차를 봉합할 음식으로는 역시…. 한데 시인이 권한 바, ‘비빔밥’이라면요. 색깔별 야채 둘레에 계란 고명, 그리고 진미의 속셈 양념 고기가 감추듯 보입니다. 거기 밥공기 거꾸로 쏠려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을 윤활제로 넣지요. 이제 비비는 시간을 가지면 미소로 넉살소통은 물어보나마나입니다. 반주로 한 잔씩 부딪치면 금상첨화가 거기 꽃피우지요. 마침 동서네가 온다고 해요. 형님, 점심은 뭘로 할까요. 생비로 하세. 그럴까요. 동서는 만족해합니다. 군침이 저 먼저 나가 ‘그러세’ 호응을 돕습니다. 사실 국회 정쟁(政爭) 동네에 ‘비빔밥을 먹자’ 이런 플래카드를 걸려는데 어째 좀 도와주실래요. 이분헌 시인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200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어머니 식탁처럼 품새를 단아하고도 맛깔스럽게 마름질하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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