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체코 출신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의 장편소설이다.

지역에서 30년째 화업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화 작가 김진희는 젊은 날 제목이 주는 강렬함과 묘한 매력에 빠져 이 책을 읽게 됐다.

당시 너무 어려웠던 이 책을 수없이 반복해 읽고,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해오던 작가는 ‘인생은 진중하되 순간순간은 찬란한 가벼움으로 날아올라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그의 작품 명제가 됐다.

김진희 작가의 15번째 개인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날아오르다Ⅱ’가 오는 31일부터 2월5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자리한 G&J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300호짜리 대작 2점을 비롯해 200호 1점, 100호 위주의 작품 등 총 36점을 선보인다.

동양적인 여인을 소재로 삼은 그의 작품은 작업 방식마저 독특하다. 그는 전통 모시를 캔버스 삼아 오일물감으로 작업한다. 모시 특유의 독특하고도 거친 질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색깔을 띠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 속 여인들은 작가와 닮아있다. 모시 드레스를 입은 이들은 하늘로 날아오를 듯 춤을 추는 모습이다. 머리에는 십장생이 새겨진 족두리나 여의주를 문 용 비녀를 착용해 전통적 요소 또한 더했다.

또 눈길을 끄는 건 여인의 머리 위 하이힐 모양의 꽃신이 장식돼 있다는 점인데, 이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신발의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특정인이 아닌 하나의 ‘여성성’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음’으로 상징되는 여성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이 대지를 적시는 존재였다”며 “작품은 종래의 나약하고 무가치한 삶의 관념으로부터 날아올라 진정한 여인으로의 재탄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인’ 작업을 오랜 시간 해온 그녀이지만, 그렇다고 한쪽 성에만 치우쳐 있지는 않다. 작가는 “그림 속에는 여성의 이미지만 있으나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녀의 합일로 평화와 공존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작품에 몰두해오고 있는 작가는 ‘예술’이란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자기 성찰’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미 창조된 질서를 거부하고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다”며 “고통의 잿더미 속 한 가닥 가녀린 하얀 꽃을 피워 올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희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 박사를 졸업했으며 예원예술대 교수를 역임했다. 15차례의 개인전과 트리베니 국제 미술전시 초청전 등 총 200여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