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위

바위에 발을 묻고 키가 자란 소나무
바위도 틈이 있어 솔 씨를 품었구나
틈이란
포용의 그릇
품어줘야 별이 뜬다
(시조집 ‘버섯집에 달이 떴네요’, 두손컴, 2023)

[시의 눈]

어디선가 솔씨 하나가 바위 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둘은 아들과 엄마가 되지요. 엄마 살 틈에 솔씨가 말합니다. ‘별이 보일 때까지만 여기 있을래’, ‘하지만 마실 게 적단다, 빗방울이나 이슬을 놓치지 않고 받아먹어야 해’ 바위가 말합니다. 그는 어린 솔씨가 목축이도록 작은 이끼를 모아 보료처럼 내려줍니다. 별 보기를 기다린 지 백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별 보이니?’ 바위가 말합니다. ‘아직 안 보여요’ 엄마는 더 기다리기로 합니다. 오랜 후 ‘이제 별이 보이지?’ 어느 봄날 밤하늘을 가리키며 바위 엄마가 말합니다. ‘네 잘 보여요’ 그 반가운 말에 바위는 더 품을 열어주려 애씁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땐 뿌리를 단단히 붙들었습니다. 송화 피고 송순 나고 솔방울 열기 여러 해 거듭되었지요. 갈수록 인간의 실화(失火)가 두려워집니다. 그래 올봄엔 독수리를 하늘에 띄워 늙은 아들의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엄마는 맘먹습니다. 바위도 지탱하기 벅찬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뿌리 단단 엄마 바위 가슴을 그러쥡니다. 어느 봄날, 산골의 한 화가가 죽음을 무릅쓰고 올라와 이들을 화폭에 담아 세상에 알렸습니다. 한 동화작가는 ‘그릇별’이란 이야기로 동화를 써 도서관에 보냈습니다. 세상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와 바위는 ‘별을 보니 좋아!’ 서로를 포용(包容)하듯 포옹(抱擁)한 채 속삭입니다. 박옥위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65년 ‘새교실’ 시 천료, 1983년 ‘현대시조’ 시조 천료로 등단했습니다. 시조집 ‘숲의 침묵’(2005), ‘그리운 우물’(2012) 등 많습니다. 그는 시조의 품새를 전아(典雅)한 멋이 깃들 때까지 궁글리고 다듬는 원숙한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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