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상황에선 처음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의료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올해 졸업하고 인턴으로 처음 입사하는 수련의 대다수도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3월부터 인턴으로 병원에 입사할 예정이었던 수련의 101명 중 86명에 이른다. 신입 중 95%는 광주·전남 의대 졸업자로 전남대 출신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선대병원에서는 32명 전원이 포기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상급종합(3차)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이 한계치로 치닫고 있다.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업무까지 떠맡아 진료 기능을 유지해왔던 전임의(펠로우)들도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거나, 통보를 준비하고 있다. 3월이면 대학병원 의사 30%가 사라진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 광주·전남 소속 의사들도 내달 3일 서울에서 열리는 총궐기대회에 대거 참여할 계획으로 집단행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비상 시국이다. 현재 수술의 경우 중증 환자 위주로 평소 대비 40-50% 수준으로 줄었다. 병실 가동률도 절반으로 낮추기 위해 경증 환자들을 퇴원·전원시키고 있다. 외래진료는 기존 예약자 이외 추가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갈수록 병원의 수술·진료 차질이 심화되면서 병원 운영이 막다른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몰려드는 2차 중형병원들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강대강 대치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 진료 체계도 흔들리게 된다.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한 의사들이 환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 또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소모적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치킨게임’ 양상이다.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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