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수장고 부족이 지적된지 오래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작품 5천587점을 보유, 포화율이 95%에 달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도 1만8천12점으로, 97%가 차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 내 작품도 6만7천985점으로 98%다. 김치박물관은 793점을 보유, 80%에 이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립미술관, 역사민속박물관, 호남진흥원 등 3개 기관의 최근 3년간 수장품 증가량은 매년 8천200점 수준인데, 2070년에는 수장품이 52만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증 의사가 있더라도 마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도 노후화되고 협소한 수장고로 인해 분류 과정부터 애를 먹고 있다. 더군다나 유물의 일부 훼손·멸실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선조들에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전시보다 중요한 소장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소중한 유물과 미술품 보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광주시가 개방형 광역수장보존센터를 짓기로 했다. 건립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분석을 전담할 전문수행기관 선정도 마무리했다. 센터는 소장품의 재질과 종류, 특성에 맞춰 전문수장고를 증설하고, 3D스캐너, X선 투과조사기, 정밀분사가공기 등 장비를 운영하는 보존처리과학실도 갖춘다. 또 관련 분야 연구자와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열린 공간을 구현한다.

문화수도라는 광주다. 고대 문명을 꽃피운 영산강 유역의 신창동 유적을 비롯해 문화자원이 산재하고, 수많은 종가·종택 등에는 미처 알려지지 않은 귀한 유산이 부지기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으로 수장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체계적·효율적 관리가 시급한 실정으로 논의 자체가 늦은 측면도 있다.

통합수장고는 광주의 자존심이다. 호남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인프라로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 시민 누구나 찾고 누리는 관광 명소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문화적 우수성과 역사성을 확립하기 위한 일이다. 전문화된 특화시설이 들어서면 유물 기증이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반 행정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개방형 광역수장보존센터 건립을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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