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마다 많은 억압을 당하더라도 후대를 위해 앞장서 싸울 것입니다.”

‘2024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수간티니 마티야무탄 탕가라사(55·여·사진·이하 수간티니) 스리랑카 인권활동가는 16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타밀어로 ‘존엄성을 향한 멈추지 않은 투쟁’을 의미하는 ‘아마라’ 단체의 대표인 수간티니는 스리랑카 정부군 보안부대의 수많은 탄압을 이겨내고 전쟁 피해 여성들의 인권 신장과 권익 향상을 위해 투쟁해 왔다.

수간티니는 “2024 광주인권상 수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타밀지역의 수천명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여성들이 매일 죽어 없어지고 있다. 많은 폭력을 당하면서도 여성 인권 신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후세대들이 현재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앞장서 활동하고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수간티니는 스리랑카 내전이 한창이었던 1987년부터 타밀 반군인 ‘타밀 일람 해방 호랑이’(LTTE)에 소속돼 고향 땅을 되찾고 타밀족 여성들의 인권 강화를 위한 비폭력 시위를 했다.

내전이 끝난 직후인 2009년 10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수간티니는 팜파이마두 수용소에 불법 구금돼 강제로 눈을 가린 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출소 이후 수간티니는 ‘아마라’를 조직하고 스리랑카 정부의 폭력과 범죄를 폭로하며 국제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끌었다.

수간티니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타밀족은 어렸을 때부터 싸움과 죽음에 대비하는 법을 배웠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한 수간티니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남편, 아들 등 가족이 희생되거나 본인이 피해를 당한 어머니들을 만나 서로의 아픔을 공유했다.

수간티니는 “한국의 5·18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도 2009년 5월18일 민주화운동이 있었으며 당시에 큰 희생이 발생했다”며 “한국은 이러한 아픔과 현실을 극복해 현재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며 이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간티니는 “이번 광주인권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만나 타밀족의 상황을 알리고 국제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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