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주남마을에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됐던 고(故) 박현숙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이 20일 오전 10시께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은 유가족을 비롯해 박현숙 열사추모회·5·18기념재단·5·18민주유공자유족회·학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헌정영상 상영·추모사·기념사·유가족 인사·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박 열사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의 장례를 돕는 활동을 해왔다.

당시 광주 시내 곳곳에선 넘쳐나는 희생자들로 인해 장례를 치르기 위한 관(棺)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화순군으로부터 여분의 관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박 열사를 포함한 시민 17명이 버스에 올랐다가 매복해 있던 계엄군의 총격으로 희생됐다.

박대우 유가족 대표는 “80년 5월 동생에게 과일을 쥐어주며 버스에 오르던 누나를 생떼를 써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자책감이 크다. 동생이자 유가족 대표로서 광주의 희생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망월묘역에서 누나를 향해 쓴 편지인 ‘그대에게 가는 길목이다’를 낭독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5·18민주화운동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됐던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박 열사의 추모비는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공동체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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