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진료 보러 오신건가요? 오늘부터는 건강보험 적용받으시려면 신분증 꼭 챙기셔야 합니다.”

병·의원 및 요양기관 환자 본인 확인 강화 제도 의무화가 시행된 첫날인 20일 광주 동구 대인동의 한 병원 접수·수납처 직원들은 초진이나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환자들에게 “신분증을 보여주셔야 한다”는 안내와 함께 신분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진료 접수를 진행했다.

이날 방문한 이들 대부분이 이전에도 진료를 받았던 터라 다행히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큰 불편함은 없어 보였으나, 일부 처음 내원한 환자들 중 미처 신분증을 챙기지 못한 이들은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병·의원 및 요양기관 환자 본인확인 강화 제도 의무화’는 초진 또는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환자들의 경우 진료 접수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을 시에는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신분증과 영수증을 지참한 뒤 14일 이내 진료 받았던 병원을 다시 방문하면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내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모(67)씨는 “오늘부터 신분증을 검사하는 줄 몰랐다. 없어도 진료는 받을 수는 있다고 하는데 100% 자부담이라고 해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한다”며 “부정 건보료를 잡자는 취지는 좋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거냐”며 불만을 표했다.

이모(83·여)씨도 “딸이 아파서 대신 처방전을 받으러 왔는데, 신분증이 없으면 발급해줄 수 없다고 해서 난감하다”며 “이전에 진료를 몇 번 받았던 곳인데도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하더라. 진료 절차만 번거로워졌다”고 불평했다.

접수·수납처 직원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직원은 “안그래도 환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정신이 없을 때가 많은데 신분증까지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해 일이 두 배로 늘어났다”며 “일부 어르신들은 대기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불평을 늘어놓으시는데, 비급여로 진료 후 나중에 환급해 드린다는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해당 제도가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보험 급여 제한자나 외국인 등의 부정수급 차단 및 본인 인증을 통한 안전한 의료 처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신분증이 아니더라도 여권, 실물·모바일 건강보험증 등을 통해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고 환급기간 ‘14일’이 지나도 환급이 가능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약국에서도 처방약을 받기 위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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