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지법 별관 앞에서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유족과 변호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안재영 기자

18살 때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아버지를 대신해 ‘가와사키중공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아들이 4년여만에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3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22일 고(故) 김상기씨의 아들 김승익씨가 가와사키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와사키중공업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천538만4천615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고 김상기씨는 1945년 2월 ‘일본국에 입국해 복무하라’는 응징사를 받고 강제동원돼 광복 전까지 효고현 고베시 소재 ‘가와사키차량주식회사(현 가와사키중공업)’에서 볏짚을 갈아 만든 빵을 먹으며 기관차 등 군수품 제작 노역에 투입됐다.

김씨는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노역에 대한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또 강제노역이 남긴 트라우마로 힘든 삶을 살았던 김씨는 그가 보고 겪은 것들을 기록했고, 2015년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 김승익씨에게 “한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유지를 받들어 김승익씨는 이번 소송을 지난 2020년 제기했다.

그러나 다른 일제강제동원 소송과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비협조에 관련 서류가 가와사키중공업에 늦게 전달돼 장기간 공전됐다.

재판부는 김승익씨가 신청한 다른 가족의 상속분의 경우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선고 직후 김승익씨는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대해 “일본 기업은 당장 사과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가와사키중공업과 관련된 일제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선고는 광주·전남지역에선 이번이 처음이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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