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발레단 ‘DIVINE’ 공연 커튼콜

인간의 숭고함을 이토록 애절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지난 25일 펼쳐진 광주시립발레단의 ‘DIVINE’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랜 감흥을 남겼다.

춤과 음악뿐만 아니라 의상과 조명 등 무대 위 시각적 요소들은 오롯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굳이 줄거리를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무용수들의 손끝, 발끝에서 피어나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공연에는 이상규·홍석형·강은혜·공유민·박관우·강민지·보그단·박범수 등 50여명의 출연진이 참여해 다채로운 춤사위를 펼쳐냈다.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펼쳐진 무대는 객석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빠른 음악에 맞춰 쉴 새 없이 동작을 선보이는 점은 클래식 발레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유’를 주제로 한 1부는 고통에 겨운 몸짓으로 바닥을 구르고 몸을 휘젓는 안무가 주를 이뤘다. 무대를 가득 메운 군상들은 한바탕 폭풍우를 표현하듯 역동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무대 바닥에 깔린 재는 무용수들의 몸에 자연스럽게 달라 붙기도, 발길에 채이기도 하면서 감각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활용한 무대 구성도 돋보였다.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Invictus)’ 내레이션에 이어 드뷔시의 월광이 흘러나왔다.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동작을 펼쳐내는 발레리나의 몸짓은 아름다우면서도 먹먹한 감동을 줬다.

2부 ‘어둠을 벗어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발레리노 솔로 무대 ‘기도’. 온화한 선율을 따라 흐르는 아베 마리아 곡에 맞춰 남성 무용수가 독무를 춘다. 그는 무대 전체를 휘감은 커튼을 허리에 둘러매고 혼신의 춤을 구현해낸다. 음악의 성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진 장면은 공연 자체가 전하는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듯했다.

순백색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가 펼쳐지고 하늘 위 떠있는 하얀 배가 땅을 향해 서서히 내려오며 공연은 마무리된다.

극적인 서사는 없었지만 이보다 광주의 오월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문화예술이 있었는지 끊임없이 되뇌게 됐다. 난해할 것만 같았던 컨템포러리 발레의 선입견을 완벽히 깨뜨렸다. 한 편의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는 무대였다.

/글·사진=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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