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사 발다사리作 ‘When the sky seems to meet the land or the sea’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그래서, 내 말은, 알다시피, 그게, 글쎄.’ 일상 속 영어를 사용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나오는 단어들이다. 여기에 착안해 언어의 혼란과 일시적 오류를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특별한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10일까지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 열리는 하반기 입주작가 그룹전 ‘Actually, How to Say, So, I mean, You know, It’s like, Well’이다.

이번 전시는 올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로, 지난 9월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 입주한 다양한 장르와 국적의 작가들이 서로의 뜻을 모아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전시에는 국내작가인 김민선·김성재·남민오·박지형과 함께 이탈리아의 클라리사 발다사리, 인도네시아 레가 아윤디아 푸트리, 위모 암발라 바양까지 총 7명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면서 겪은 언어적·문화적 장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글리치(일시적 오류), 침묵의 순간을 예술로 표현한다.

클라리사 발다사리 작가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음파와 퍼포먼스로 표현, 영상으로 제작한 ‘땅과 바다가 만나는 하늘이 보이는 곳’을 선보인다. 물과 바람 사이 촬영된 비디오 오디오 트랙을 천분의 1초 단위로 세밀하게 분석해 행위예술가들과 인간의 언어로 변환했다.

레가 아윤디아 푸트리 작가는 게임의 한 종류인 ‘우아한 시체’를 차용해 창작한 협업 드로잉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입주작가들과의 ‘우아한 시체’ 게임을 기반으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단절과 오해가 어떻게 무작위적인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모 암발라 바양作 ‘(2024년 10월) 시위자의 일기’

위모 암발라 바양 작가는 일상적 요소와 역사적 사건을 결합해 사회적 통찰을 제시하는 ‘(2024년 10월) 시위자의 일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작가가 호랑가시나무창작소와 광주에서 봤던 흔히 지나치는 풍경이나 행동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민선 작가는 네덜란드에서 예술활동을 이어오던 중 자신이 느낀 ‘언어적 비동기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의 한계가 가져오는 불완전성을 작업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전시에서는 동시통역의 불완전성과 지연을 통해 현대예술의 다양성과 동시성의 한계를 탐구한 ‘(Im-)possibility of Listening and Speaking simultaneously’를 선보인다.

김성재 작가는 한국의 역사문화적 상황을 사진작업으로 연결 짓는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현장이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제작한 ‘경산에서’를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작가의 ‘리의 얼굴’ 시리즈 중 하나로, 한국의 역동적인 사회 환경 속 존재하는 기억, 정체성, 소속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민오 작가의 비디오 연작 ‘Signal to Noise’는 ‘배회하는 사람들’을 키워드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하는 과정(렌더링 프리뷰 캡처)을 수집하고 편집한 작품이다. 흐릿한 화면에 나타나는 빛은 본래 소음이며, 이 신호이자 소음인 빛들은 우연한 패턴을 만들고 사라진다.

박지형作 ‘Mealtime_Remorse’

박지형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관계성을 탐구하며,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 변화를 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되돌아보는 ‘Mealtime’을 선보인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깨진 식기를 활용한 결과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 관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소통과 연결을 상기하는 작품이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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