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 연작 앞에 선 송필용 작가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물’로 형상화해오고 있는 송필용 작가. 그는 민주화 정신을 기억하면서도 우리 전통과 사회 변화에 맞춰 자신의 조형 언어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2023 오지호미술상 본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송필용 작가의 예술적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4월2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5, 6 전시관에서 열리는 ‘송필용: 곧은 소리’ 전시다.

오지호미술상은 역사에 대한 뚜렷한 시대정신을 갖고 우리 땅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작업 과제로 다뤄온 작가에게 시립미술관이 수여하는 상이다.

이번 전시는 1부 ‘지금 여기는 없지만’, 2부 ‘내 산하에 서다’, 3부 ‘빛이 된 물’ 총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1980년 오월 광주를 담은 초기 작품부터 역사와 민중의 삶을 물(水)로 치환해 제작한 근작까지 총 60여 점을 선보인다.

1부에선 1980년대 전라도 땅과 민중의 모습,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한국 근현대기 민중의 수난사를 담아낸 작품들이다. 비운의 역사를 겪은 장소, 대립과 저항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냈다.

1987년작 ‘땅의 역사’는 백아산과 황토현의 동학농민혁명을 거쳐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전라도민이 겪은 비운의 역사를 집대성한 회화다. 작품 근경에는 전남대 당산나무와 화순 운주사 와불·이형탑 등이 그려져 있고, 마지막 장면에선 도시의 화려한 야경 위 붉은 가방을 멘 어린이가 있다. 민중이 겪은 애환의 역사와 함께 희망찬 미래를 향한 작가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2부는 1990년대 담양 누정에서 만난 선비의 저항정신과 금강산 폭포의 경이로운 모습을 마주하면서 발견한 ‘물의 사유’를 구체화한 작품을 모아놨다.

‘역사가 흐르는 강’은 남도 자연의 색채와 전통 수묵화 기법을 활용해 선비 정신이 깃든 담양 전경을 그려낸 작품으로, 무등산 원효계곡부터 마을의 누정까지 긴 물줄기가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김수영 시인의 시 ‘폭포’를 떠올리며 물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한 시점에 그린 작품 ‘구룡폭포’도 만나볼 수 있다.

3부 ‘빛이 된 물’에서는 재현을 넘어 역사와 인간의 생명력·상처·치유·정화·희망 등 비가시적인 관념을 ‘흐르는 물’ 형상으로 치환해 제작한 작품을 소개한다.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력한 물의 흐름을 만들듯이, 개개인의 역사적 사명이 모여 올바른 역사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은 ‘역사의 흐름’ 연작은 보기만 해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햇빛에 빛나는 물줄기를 흰색으로 표현했다. 역사 속 상처는 시대가 흘러가며 정화되고, 정화된 역사는 시공간을 초월해 공명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송필용 작가는 “흐르는 물의 형상과 그 속성을 통해 사람들이 지닌 상처를 치유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다”며 “굴곡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이에 따른 땅의 변화, 물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땅의 역사’

‘곧은소리는 곧은소리이다’

‘역사의 샘-5·18민주광장’

‘역사가 흐르는 강’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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