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증언’

지구 온난화로 하루아침에, 찜통더위에서 가을로 깊이 들어왔다.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쉬는 시간에 영화 보는 게 더 편한 일상이다. 책 한 권에서 시작된 위험한 거짓말! ‘언어의 발명’이라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면 테헤란에서 식당을 열 계획을 갖고 페르시아어 배우기를 원하는 독일군 장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은 살아남기 위해 독일군 장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날마다 ‘거짓 언어’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암기에 비상한 재주를 가진 주인공은 포로들의 명단에 있는 이름을 활용하여 일상의 낱말들을 만들어 내는데,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서 거짓으로 만들어낸 가짜 언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정말 인상 깊다.

거짓말로 살아남은 주인공을 보며, 다른 종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주효했다는 ‘유발 하라리’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예술이 등장한 걸까? 회화는 그리스 때부터 일루전(illusion)였지만, 회화적 진실을 지속해 왔기에, 허상으로 끝나지 않는 감동을 갖고 있다. 그리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질문하게 하는 게 어렵고, 질문하게 되면 상상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는 요즘 내 회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작품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구름은 구름이다’를 시작했지만 쉽지가 않다. 지금 심리 상태로 나라는 사람은 이거냐? 저거냐? 둘 중 하나의 그림을 원하지만, 대부분의 그림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오락가락한다. 현실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기에 현재 나는 어떤 ‘가상의 실재’를 믿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쨌거나 거짓말을 잘 지어낸 것이 인류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살아오며 꽤 많은 일루전(illusion)을 그려왔던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결국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일치시키는 상상이 인생이고 예술이지 않을까?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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