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가 있을 테다, 저 강 건너 저 산 넘어
유리벽에 부딪치는 까치의 낭패처럼
작심한 허튼소리여도 우르르 몰리는 귀

막무가내여야 하지 펴지 못하는 날개
허위단심 모여들어 환호하는 시장 바닥
여우비 반짝 내리고 무지개 섰다 진다
(시조집 ‘사진첩’, 교음사, 2024)

[시의 눈]

제22대 총선이 4월10일, 그러니까 한 달여가 지났네요. 그때 선량 지망자들이 발이 닳도록 시장을 누벼서일까요. 복개한 바닥이 5㎝나 내려앉았다 해요. 참, 지금 시장에서는 꺼진 땅을 북돋우랴, 안으로 몰아둔 좌판을 다시 내놓으랴, 새벽부터 야단법석입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해요. 비린내에 찌든 아지매들 손까지 덥석덥석 잡은 것도 모자라 큰절을 다 올리더라니까요. 손잡은 수 대로 표가 된다고 작심을 했나 보지요. ‘옳소, 아니요’, 허투루 내지르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 비서들 적는 시늉을 하며 우르르 마르르 몰려다녔지요. 명절날이 따로 없었네요. 그래, ‘허위단심’일지는 몰라도 ‘환호하는’ 소리가 쟁쟁 했더랬습니다. 우리집 사위 허 서방은 야채장사를 하는데요. 일주 전부터, 선량을 만나 악수한다고 들떴었지요. 한데, 장작 그날은 나으리 될 이가 반대편부터 다녀부렀다고, 못난 놈 방안 퉁수하듯 늘어 놓더라구요. 그나저나 ‘강 건너 산 넘어’에 있을 나으리의 ‘별천지’도, 햇볕을 등에 업고 달아나는 그 여시비처럼, 이제 다 끝이 나버렸네요. 물어 보나마나 떨어졌지요 뭐. 허, 생이란 무지개처럼 반짝 섰다 지는 게 아닌가요. 내게 애써 묻지 말아요. 서석조 시인은 경북 청도에서 나 2004년 ‘시조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조집 ‘매화를 노래함’(2008), ‘돈 받을 일 아닙니다’(2020)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시적 대상을 실존적 완력으로 재해석하며 그만의 오랜 체험과 징험을 쫄깃쫄깃하게 엮는 그 광망의 시학을 피륙해내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