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화)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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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역사 그 자체인 ‘무등산’에 대한 연구와 예술로서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7월23일까지 드영미술관에서 진행되는 2024박물관·미술관 주간 특별기획전 ‘무등샤워: 無等shower’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2024 박물관·미술과 주간 대표프로그램 일환으로 시각예술과 문학, 음악, 영화 그리고 향(香)이 함께 함께하는 융·복합 전시로 꾸며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흘러나오는 음악은 숲속의 싱그러움을 담아 마치 무등산을 산책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 전시실별 작품에 따라 특별히 조향한 향기는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전시에는 서은 문병란, 의재 허백련 등 작고작가부터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예술인이 참여했다.
의재 허백련의 작품 ‘일출이작’은 ‘해가 뜨면 나가 일한다’는 뜻으로 농업부흥의 뜻을 품었던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이와 함께 ACC재단에서 제작된 ‘허백련&무등산 사운드스케이프’, 지역 소리를 채집한 사운드 작품, 경양방죽부터 춘설헌까지 경로가 담긴 사운드워크 영상이 함께 선보여진다.
무등산 파수꾼으로 불리운 서은 문병란 선생은 5·18을 겪은 후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며 저항시를 쓰기 시작했다. 전시에는 문병란 선생의 시를 감상하고 필사하며 그의 정신과 사상을 기리는 시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신창운 작가는 ‘내 땅에서’ 연작을 통해 ‘이 땅에서의 삶의 모습부터 다시 살펴보자’는 의미로 현재 우리의 정체성과 시대의 상처를 형상화한다. 이 연작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땅의 색채 토분과 존귀함을 상징하는 금분을 올리고 수행하듯 긁어내는 기법으로 완성됐다.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실험적 작품세계를 펼쳐내는 김치준 작가는 오래 전부터 무등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에서 작가는 무등산 시대정신을 새 그릇에 담아내겠다는 ‘빚음의 각오’가 담긴 180여개의 물레질된 항아리와 무등산 풍혈(風穴)에 주목한다.
역사적 장소와 동시대의 현장,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내는 사진작가 이세현은 직접 무등산에 올라 촬영한 작업물 중 일부를 보여준다. 무등산의 다양한 바위가 가진 뜻을 스스로 해석해 재구성된 작품에서 작가 특유의 예술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아들의 이름으로’, ‘엄마의 전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오고 있는 지역 영화제작사 희망문화컴퍼니(대표 임준형)는 이번 전시에서 단편 극영화 ‘초련’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1187번 버스 등 광주시민들에게 익숙한 장면 너머로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주인공 무진(武珍, 무등산의 옛 이름)의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픽디자이너 우승희는 무등산 분청사기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그래픽디자인을 선보인다. 무등산의 사계와 분청사기의 다양한 문양에 집중해 확장된 예술적 가치와 정체성을 부여한다.
서울과 베를린에 거주하며 고대 동아시아 서예와 현대 디지털 문화가 교차하는 지속적인 탐구를 진행하는 디륵 플라이쉬만은 설치작품 ‘무등의 숨결: 덧없는 지지’를 통해 자연의 호흡주기와 시간의 흐름에 대해 펼쳐낸다.
자신의 근원을 자연에서 찾는 강미미 작가는 현재 샘을 지키는 몇 안되는 나무들이 언젠가는 부스러져 흙이 될 것을 예감하고, 하산 후 땅의 감각을 갈망하며 땅의 시선으로 그린 ‘드러난 뿌리, 드러난 샘’을 보여준다.
송선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리를 매개로 무등산에서 채집한 세 가지의 사운드 작품을 선보인다. 순전히 ‘소리’에만 집중하게 하는 ‘고요한 외침’부터 클래식 악기와 자연의 작은 소리를 담아낸 ‘무등산의 침묵’,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소리적 실천을 제안하는 ‘무등산의 침묵: 고요한 외침’을 들려준다.
김수정 드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출품작들은 모두 ‘무등산’을 관련 키워드로 샤워하듯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등 온몸으로 무등산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마음건강을 챙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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