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광주매일신문이 창사 33주년을 맞았다. 지역민과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에 감사드린다. 호남인의 대변자로서 호남의 큰 도약을 위해 다시 뛸 것이다.

쉽게 쓴 글은 글이 아니라고 했다.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쓴 기사는 없다. 그런데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언론이 직면한 위기다. 지방소멸이 눈앞에 왔다. 해마다 위기라고 하지만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 영 사라지는 것 아닌지 우려를 더한다. 지역의 핵심 가치가 ‘생존’이 됐다.

지역언론의 존립 근거인 어젠다를 제시하고 현안에 대한 공론장을 통해 해법을 마련, 활로를 모색할 때다. 대안 미디어로 떠오른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정보 전달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지역적 다양성이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독자적이고 우월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신속하고 공정한 현장 보도와 함께 심층 기획기사를 쏟아내기 위해 뛰었다. 막중한 책임감이자 사명감의 발현이다.

아침에 만나는 신문으로 하루가 시작됐었다. 창사 뒤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엔 낯선 광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콘텐츠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으로 언론 역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2024년 새해 신년사를 통해 전국 주요 언론사는 유독 콘텐츠란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을 뚫고나가는 게 당면 과제다.

광주매일신문 또한 ‘전라도의 정체성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하자’를 구호로 내걸었다. 시대적 요청인 저널리즘의 원칙과 소명에 충실할 것을 역설하면서 다원화하는 환경에서 오롯이 진실을 추구하는 윤리적 언론으로서의 자세를 천명했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부당한 차별과 편견에 맞선 각오를 던졌다.

지구촌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닥친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견인하며, 전라도 주민의 얼과 혼, 삶이 녹아든 현장 속에서 대표 매체로서의 본분을 한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본보를 포함해 전국 대표 지역 일간지 29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는 창립 20주년 컨퍼런스를 통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조응하는 로컬미디어로서의 밸류업을 선언했다.

지방시대 지역신문의 역할 제고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지역권력 감시자, 여론 형성의 장, 정체성 확립을 위한 매개체에서 지방자치제도의 출범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강조됐고, 2000년 이후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추진 과정에서 동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생태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신문 관련 기관과 지역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며 저널리즘 품질 제고, 디지털 혁신 등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익숙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지역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미디어는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되레 인터넷 모바일을 기반으로 생산·전파되는 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디지털 협업으로 뉴스의 영역은 더 확장되고 더욱 빠르게 독자들과 교감하며 친밀감을 돈독하게 형성할 수 있다. 일자리, 교육, 부동산, 여행 등 주민들에 유용한 각종 생활정보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전력해야 한다.

언론이 듣기보다 말하는데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 누군가를 부당하게 비난한다는 지적도 있던 만큼 더 새겨들어야 한다. 가차없는 충고에 경청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편파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한 낙인을 피하려면 스스로의 검증에 충실해야 한다. 기자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전사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와 자본 권력을 가진 자들도 편향성 프레임으로 언론 활동을 제약하려고 한다. 심지어 기레기로 치부하며 가로막고 서 있다. 온몸을 바쳐 불나방처럼 현장에 뛰어드는 역량과 비전을 갖춘 기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암울한 소식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사연들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지역공동체의 부활을 위한 믿음을 놓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증거들을 톺아보자는 취지다.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못하고 있다. 강대강 대결 구도인 남북관계로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멈추면서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지방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서민 살림살이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폭망 직전이다. 22대 국회의원들은 개원과 함께 민생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다. 또 지역언론의 위기다. 지역산업과 저널리즘의 복합 위기로 규정된다. 해답은 지역 속으로 더 깊숙이, 콘텐츠 강화에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사람 냄새나는 풍성하고 재미있는 콘텐츠 확보로 주민들과 호흡할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정보를 서비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선택이 아닌 숙명이다. 디지털 융복합의 글로벌 흐름을 수용하고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 기사 작성 과정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활용도를 높여나가겠다. 저성장 기조 속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강구하겠다. 과감한 혁신을 선포한다.

정부의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는 지역신문의 책무로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역신문법은 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해 여론의 다변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삼는다.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오를 재차 다진다. 정당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의 순기능을 수행하며 위상을 재정립할 것이다. 산적한 현안에 대한 올바른 대안, 해답을 내놓는데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 정론직필을 사명으로 삼는 지역민의 신문임을 자부한다. 오롯이 사실에만 입각해 보도할 것이다. 공평하고 객관적인 미디어로서 호남 도약의 새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토대를 만들겠다.

주민과 지자체, 정부의 소통 창구가 될 것이다. 지역과 동행하는 친근한 벗으로 다가설 것을 약속드린다. 첩첩한 난관을 마주했지만 당당하게 헤쳐나가려 한다. 창사 33주년,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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