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 사동 105번지 2층 건물은 외형상 인근의 현대식 건축물과 다른 구조로 눈에 띈다. 본보가 발굴한 이 곳은 청년운동의 산실로 알려진 ‘녹성상회’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 근대 체육의 태동지인 것과 아울러 항일 저항정신이 깃든 장소로 의미가 크다. 원형 보존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녹색 별 모양의 장식에서 이름붙인 녹성상회는 광주 출신 학생운동가이자 만능 체육인 김후옥씨가 1930년대 초 설립했다. 1층에는 민족자본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만든 고무신 등을 파는 상점이 들어섰고 2층은 체육인 등이 모여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살롱 형태였다. 상점 뒤편엔 소공원이 있었는데, 동맹휴학 사건을 트집잡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숭일학교 체육부에서 쫓겨난 김씨가 150여명에게 유도와 권투, 역도 등을 지도했다. 김씨는 광주에서 처음 ‘소년척후대(보이스카우트)’를 창설한 인물로, 녹성상회 역시 학생·청년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1층에서 판매했던 고무신은 국내 제품 ‘거북선 표’였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선물산장려운동과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소유권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면서 녹성상회는 그 용도도 바뀌고 많이 훼손돤 상태다. 오랜 기간 방치된 탓인지 1·2층 바닥은 나무 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천장과 벽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다. 하지만 벽지로 사용된 1933년 7월 발행 신문이 육안으로 확인돼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본보 취재에 동행한 김덕진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구용기 사직문화보존시민모임 대표는 원형을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중한 근대 문화유산으로,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녹성상회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제에 맞섰던 역사적 공간이다. 김씨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 후대의 구술과 남아있는 사료가 전부다. 다행스럽게 기존 건축물에 가벽을 덧대는 방식으로 개축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나 보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아 미래에 온전히 전승해야 하는 상황이다. 암울했던 시절 한민족의 정기를 일깨운 녹성상회를 늦었더라도 소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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