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학동 붕괴 3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참사 피해자들이 안전사회 구축을 염원했다. 동구청에서 열린 추모식에 4·16 세월호 유가족 외에도 서울 이태원, 7·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 2·18대구지하철화재, 가습기살균제, 삼풍백화점붕괴 등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함께 하며 소중한 가족이 예기치 못하게 떠나는 비극은 이젠 없길 바랐다. 이들은 거듭된 재발 방지 읍소에도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더는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추모식 전에는 아픔을 기억하고 추모하자는 뜻이 담긴 ‘생명안전버스’ 선포식을 열고 연대 강화의 의지를 다졌다.

참혹한 대형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 날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학동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부상자 전원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유가족도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고 있다. 부상자와 유가족 모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유가족 4명 중 한 명은 이미 극단적 시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 다수는 가족 내 갈등을 포함해 사회적 관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무너진 것은 건물 만이 아니었다.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트라우마 치유 대책이 시급하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개입과 신체적 치료가 절실하다. ‘운림 54번’ 버스도 영구 보존해야 한다. 경각심을 일깨우며 추모의 현장이 돼야 할 것이다.

학동4구역 붕괴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다. 엄중한 책임 추궁에 대한 여론이 높았지만 상응한 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다짐은 소리만 요란한 헛구호가 됐고, 또 다른 사고로 귀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가족만 점점 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젠 정말 끝내야 한다. 부정과 불법이 판치고 묵인되는 세상과 결별해야 할 것이다. 다신 시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재난 참사는 없어야 한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겠다. 또 연대해야 한다. 더 이상의 비극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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