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혁, 고은지 대표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주를 전 세계로 알리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20-30대를 중심으로 전통주를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18년 456억원에서 2022년 1천629억원으로 257%가량 성장했다.

높아진 인기로 전통주를 직접 만들거나 발효제를 이용해 개발한 식품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는 가운데 호남 최초의 전통주 복합 문화공간 ‘요담엔’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광산구 사업장을 거쳐 올 4월 북구 중흥동에 문을 연 요담엔은 장준혁(31) 대표와 그의 1호 제자인 고은지(32·여)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발효제를 활용한 양갱, 요거트 등 파생 식품 개발을 비롯해 전통주 클래스, 한국형 와인 클래스, 쌀 누룩 쿠킹 클래스 등을 운영 중이다.

요담엔은 ‘이야깃거리’라는 요담과 기호 ‘n’을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전통주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을 무한대로 만들어 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장준혁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20대 초반이었던 201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 전통시장에서 창업을 시작한 장 대표는 전통주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통주를 막걸리 정도로 알고 있던 그는 관련 고문헌을 찾아보고 종갓집 어른을 만나는 등 공부를 시작하면서 전통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집집마다 빚어왔던 가양주가 일제강점기 이후 쌀 수탈로 점차 사라지고 전국에 쌀 누룩을 만드는 회사가 10곳도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조상들의 지혜와 시간이 담긴 우리 문화를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고 벌써 어엿한 10년 차 양조사가 됐다.

고은지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다 2021년도에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나만의 콘텐츠를 찾아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창 들 때쯤, 장 대표의 이색적인 창업 소재에 마음이 끌렸다.

두 대표는 취미와 여가를 즐기듯 사업체를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다. 충장축제 등 굵직한 지역 축제와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도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영광, 하동, 순천 등 지역을 넘나들며 전통주를 알리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체험 클래스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광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수박 막걸리’ 클래스도 선보였으며 최근 사업장이 ‘청년 자율공간’으로 선정되면서 지역 청년들과 함께하는 시음회나 전통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 중이다.

전통주가 가진 가치와 무게만큼 사회 공헌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업장에서 소비하는 쌀은 100% 지역 농가의 것을 고집한다. 전통주에 관심이 많은 어르신을 위해 지역 내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무료 강의를 진행하고 시니어층 채용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꽃 축제를 즐기기 어려운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튤립 축제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은 만큼 뿌듯함을 느꼈다.

쌀 누룩을 활용한 무알콜 요거트 음료 ‘요앤요’

사업이 확장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해외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 쌀을 이용한 전통 음료를 개발 중으로 특히 유당불내증 인구가 많은 유럽 진출이 목표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코트라 해외 지사와 협력 중이며 하반기에 완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 대표는 가장 큰 성취로 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통주를 ‘인생 최고의 술’이라고 칭찬하거나 제조 체험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힐링이 된다고 했다.

고 대표는 “전통주 자체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며 “팀원들 간 소통하다 보면 도전할만한 아이템들이 나오고 실제로 시장에서도 반응이 괜찮다 보니 수익 창출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동구 동명동의 아이플렉스 스타트업빌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통주 제조 체험.

마지막으로 장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K-컬쳐가 유행하는 것처럼 해외 곳곳에 ‘한국 전통주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커피숍이 늘어나기 시작했듯이 전통주도 누군가가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면 프렌차이즈화 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아이템”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정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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