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후보가 광주에서 열린 7·23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동구 불로동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현장을 방문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씨, 전몰군경 유족과 함께한 나 후보는 “6·25전쟁 주범인 정율성을 기리는 것은 호남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직격했다. 이에 강기정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념 갈라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당 대표 후보의 일성이 안타깝다”고 했다. 광주에서 가장 먼저 할 이야기는 5·18, 인공지능(AI), 미래차, 군공항이라며 강 시장은 “우리 시에 맡겨둬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다”고 되받았다.

당 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호남·제주지역 연설회보다 나 후보 행보에 더 관심이 쏠렸다. 정부와 여당은 정율성의 한국전쟁 참전 등 친북 성향을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부적절하고 위험한 행위’라는 나 후보의 공개 언급이 나오면서 광주시에 대한 압박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3대 음악가로 꼽히는 정율성은 1988년부터 한중 우호교류의 상징으로 고향인 광주와 전남 화순에서 각종 기념사업이 펼쳐졌으나 2023년 8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북한과 중국 행적을 문제 삼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 지역사회에서도 보훈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집회가 지속되고 있다.

정율성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남북관계의 경색,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의 동북아 신냉전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역사공원은 현재 공정률 90%로 사실상 완공 상태다. 광주시는 시비 48억원을 투입해 불로동 생가를 리모델링한 뒤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광주시와 남구는 음악축제 등 관련 사업도 대거 축소했다. 시민들의 혈세로 조성되는 만큼 뜻을 존중해 최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젠 원만히 매듭지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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