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흑염소 도축업체들이 한 마리(50㎏ 이하 기준) 당 4만5천원에서 5만5천원으로 1만원을 기습 인상했다. 앞서 2021년에도 도축비를 3만5천원에서 4만5천원으로 역시 1만원 올린 바 있다. 건강 보양음식으로 여름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농가들은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남도는 마땅히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가들은 전남 소재 도축시설은 2곳 뿐으로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경영 상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최대 주산지로 처리 물량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전남지역 흑염소 농가는 1천495호로 전국(1만73호)의 14.8%를 점유하고 있다. 사육 두수는 10만8천두로 전국(43만2천두)의 25% 수준이다.

오르지 않는 게 없다고 하지만 전문 시설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담합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농가들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이 70% 이른다. 도축비가 오르면 국산 흑염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산은 경쟁력을 잃는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타 지역을 이용하는 등 강력 대응을 선언한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전국의 도축시설은 전남 2곳을 포함해 모두 7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인상이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년 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민간업체가 이윤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사안이더라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 특히 의혹이 불거진 만큼 건전한 유통질서를 왜곡시키는 담합 행위 여부를 밝혀내고 엄중 조치해야 할 것이다. 도축업체 또한 설비·인력 유지를 위한 어려움도 있겠으나 갈수록 커지는 농가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늦었지만 자주 소통하면서 합리적 가격 설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상생의 방안을 슬기롭게 찾길 바란다.

자칫 국산 흑염소 시장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절대 예삿일로 넘겨선 안 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