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오십 아홉번 째 괘는 풍수환(風水渙)이다. 환(渙)은 ‘흩어지다’는 환산(渙散), ‘임금의 명령을 널리 알리다’는 환발(渙發)의 뜻으로 흘러서 널리 흩어진다, 큰 수원(水源)에서 물이 가늘게 흘려서 분산한다는 의미이다.

환괘에서 분산하는 상의(象意)를 보는 것은 삼양삼음(三陽三陰)괘로 천지비의 비색(否塞)함이 막혀 통하지 못했던 것이 사효 일양과 이효 일음이 서로 교역(交易)해 환괘(渙卦)가 됨으로써 비색의 상태가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단전(彖傳)에서는 ‘강(剛)이 와서 궁하지 않고 유(柔)가 밖에서 위(位)를 얻고 위로 함께 한다’고 해 ‘강래이불궁 유득위호외이상동’(剛來而不窮 柔得位乎外而上同)이라고 설명한다.

내외괘를 살펴보면, 내괘 감(坎)은 겨울, 얼음의 물이고, 외괘 손(巽)은 늦은 봄의 따뜻한 바람으로 손풍을 가지고 얼었던 것을 녹여서 흩어지게 하는 상에서 환산(渙散)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춘풍이 살얼음을 녹여 버리는 상이다.

이를 인사(人事)에 적용하여 감은 근심, 어려움이고, 바람은 불어서 흩어지게 하니 사람의 근심 걱정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 환(渙)이라는 괘의(卦意)이다.

대상전에서는 ‘풍행수상 환’(風行水上 渙)이라 해 ‘바람이 물 위에 행함이 환’이라고 했고 물은 흘러가고 바람은 불어서 멈추지 않으니 여기서 환의 상을 취한 것이다. 바람이 물 위를 불어서 물이 흩어지는 모습이고, 손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 감(坎)의 신고간난(辛苦艱難)을 멀리 날려 버린다는 이미지이다.

환괘의 상의(象意)와 같은 괘가 뇌수해(雷水解)이다. 해괘(解卦) 역시 내괘가 감(坎)이고 이 감이 얼어있는 것을 외괘 진(震)이 따뜻한 봄, 고동(鼓動)으로 해산(解散)한다는 것이다. 양자의 차이는 해괘에서는 진(震)이 위세를 떨쳐 움직임으로써 감고(坎苦). 즉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기(詐欺), 간사스러움, 음란함 등의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고, 환괘에 있어서는 감고(坎苦)를 손(巽)을 가지고 환산(渙散)시키는 것은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근심 걱정인 것이다.

서괘전에서 환괘를 태괘 다음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기뻐한 후에 흩어진다. 그러므로 태괘 다음에 환괘로써 이어 받는다’해 ‘열이후산지 고 수지이환’(說而後散之 故 受之以渙)이라 했다. 너무 좋아 기뻐하고 있다 보면 게을러져서 모든 일이 흩어져버리니 기쁨이라 하는 태의 다음에 분산된다는 환의 괘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잡괘전에서도 ‘환은 떠나는 것’이라고 해 ‘환이야’(渙離也)라고 말했다.

환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감괘가 하괘에 있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리고 있는데 감수의 이러한 이전투구를 막기 위해서는 사효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환괘의 육사는 손괘의 주효로서 유연한 음으로 강력한 힘은 아니나 유연하고 치밀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감수의 이전투구를 해결하고 있다.

마치 따뜻한 춘삼월의 봄바람에 눈이 녹듯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문제를 해결하니 어려움이 흩어진다고 해서 ‘환괘’(渙卦)라 한다.

바람이 물 위의 배를 움직이는 상으로, 순풍에 돛을 달고 물 위를 달려 나가면 어려움도 해결되고 곤란에서 탈출하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격량(激浪)의 파도가 일어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의 어려운 문제가 해결된 반면에, 새롭게 시작되는 일이나 병 등은 어려워지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상하괘 간의 상을 살펴보면, 물을 따라 배가 나아가는 순수행주지과(順水行舟之課)의 모습이고 순풍에 돛을 달고 있는 순풍가범지상(順風駕帆之象)이며, 큰 바람이 만물을 불어버리는 대풍취물지상(大風吹物之象)이고 흔들리는 부평초가 서로 만나는 평상상봉지의(苹上相逢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풍수환괘(渙卦)의 괘사는 ‘환 형, 왕격유묘, 이섭대천, 이정’(渙 亨, 王假有廟, 利涉大川, 利貞)이다. 즉, ‘환괘는 형통하다. 임금이 정성을 다해 종묘에서 신령에게 제사를 지낸다. 큰 하천을 건너면 이롭고 정도를 지키면 이롭다’는 뜻이다.

환은 뭉쳐져 있는 것을 부드럽게 해 흩어지게 하니 형통하다. 부드럽게 되면 나태해지고 흩어지면 떨어져 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니 흩어진 인심(人心)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그 방법이 ‘왕격유묘’(王假有廟)로 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동시에 큰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이섭대천’(利涉大川)으로 큰 사업, 어려운 일 등을 일으켜 인심(人心)을 이에 집중시킴으로써 민심(民心)이 나태해 지는 것을 막고 긴장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큰일은 단순히 인심이 모이기 때문에 공허(空虛)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인심을 끌 정도로 매력이 있는 올바른 것이어야 된다는 것이 ‘이정’(利貞)이다.

상전에서는 ‘선왕이 이를 본받아 상제께 제사를 드리며 묘당을 세운다’고 해 ‘선왕이향우제입묘’(先王以享于帝立廟)라고 덧붙이고 있고, 환괘의 주효인 육사의 효사에 ‘환에 그 무리가 모여 있고 환에 언덕이 있다’고 해 ‘환기군 환유구’(渙其羣 渙有丘)라 말해 단사(彖辭)의 내용을 다시 한번 밝혀 강조하고 있다.

단전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강이 와서 궁하지 않고(剛來而不窮) 유가 밖에서 위를 얻고 위로 함께 함이다(有得位乎外而上同)’라고 하는 것은 천지비(否)의 외괘에서 와서 구이로 된 내괘 감(坎)의 주(主)는 ‘부유형(孚維亨), ‘감통(坎通)’이라고 해 궁할 일이 없고, 또 외괘에 위치를 얻고 성괘주(成卦主)가 된 육사는 환산(渙散)을 사령하는 구오와 그 생각을 같이하고 환(渙)의 형통함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왕이 사당에 이른다는 것은 그 중정(中正)의 정성스러운 믿음을 가지고 흩어져 있는 인심을 모으는 것으로 주괘의 주효가 강건중정(剛健中正)인 것을 보고 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巽)을 나무로 해 감의 물위에 뜨는 괘상을 보고 대천(大川)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설명하고 있다.

점사(占事)에서 서죽을 들어 무동(無動)의 환괘를 얻으면, 마음 속의 근심 걱정이 흩어진다는 하나의 관점과 사람의 마음이 게으름에 빠져 긴장을 잃는다는 또 하나의 다른 관점에서 두 가지를 병행하여 점고(占考)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비괘(否卦)의 변화에 의해 환괘(渙卦)가 이뤄졌음에 착안해 지금까지 막혀 풀리지 않았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이제 그 고생과 어려움에서 해방돼 밝은 앞날이 열린다고 볼 수 있고 밖으로부터 원조를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내부의 중심이 돼 곤란을 담당 해결해 줄 사람도 나타난다는 것을 미뤄 추상(推想)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하는 일이 순조로운 질 경우에는 그 평안(平安)에 익숙해져서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마음이 교만해지거나 태만해져서 신용을 잃거나 의지하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안이(安易)한 생각이 들게 된다는 판단도 필요하다.

따라서 운기, 운세 여하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어렵고 곤란했던 일은 풀려가나, 새롭게 추진하는 일은 마음이 해이해지고 나태함으로 인해 곤란함에 처한다. 바라는 것 등도 환산(渙散)의 괘에서는 좋지 않다. 단, 오랜 바람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막히고 닫혔던 것이 풀려서 광명을 찾는다.

사업, 상행위에 있어서는 위태롭게 기울어져 가는 형세를 면하기 위해 모험을 시도하는 일 등을 하는 기미가 보이는데 결코 불가한 것은 아니나 분수를 알아야 하고, 자력(資力) 여하가 문제가 아니라 인심(人心)의 협동 여하가 중요하다.

교섭, 담판, 거래 등은 흩어지게 되는데 일음(一陰)이 곤(坤)의 동료를 떠나 상대방에 붙어 바람같이 사라지고 내부에는 밖에서 들어와 감고(坎苦)를 만드는 자가 있다. 주소, 거소에는 변동이 있고 이전(移轉)에 의해 지금까지의 어려움이 해소된다.

새로운 혼인은 이루어질 듯하나 결국 무위(無爲)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지금까지 인연이 멀었던 자(否卦)는 그 고민이 해소돼 결혼생활에 들어갈 수 있다.

잉태는 조기에는 유산의 위험이 있고 임산에 들어서는 경우에는 안산이다.

병은 사괘(似卦) 대간(大艮)의 체내에 감독(坎毒)을 품고 있는 상에서 식독(食毒), 감손(坎巽) 양괘(兩卦)로 성적 질병, 치질, 여자의 산후질환 등이고, 환산의 괘이기 때문에 경증(輕症) 등은 곧 쾌유되고 오래 끄는 병도 병고해탈(病苦解脫)의 길점이다. 그러나 ‘각유묘’(假有廟)의 효사를 보아 발병으로 중태가 되는 병은 흉조가 있다.

기다리는 것은 먼 곳의 일이거나 오래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식이 있으나, 조급한 것은 기대한 바대로 되지 않는다. 가출인은 물 위의 떠있는 배의 상으로 간난유랑(艱難流浪)의 모습이 보여 바다 건너 멀리 갔다. 여자의 경우는 비괘(否卦)의 음양이 바뀌어 남자는 손(巽)이 되고 여자는 감(坎)이 돼 복중(腹中)에 머무는 상으로 괴로움, 남자의 뒤를 쫓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분실물은 이미 분산되었거나 매각돼 찾을 수 없고 오래된 분실물은 우연히 발견될 수 있다.

날씨는 상의 모습대로 풍우(風雨)가 온다. 우중(雨中)이라면 환산되어 개일 것으로 보고, 겨울에는 동남방에서 부는 바람으로 온기(溫氣)가 있고 비가 온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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