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오페라 ‘신데렐라’ 커튼콜

유리구두 대신 팔찌로 왕자와 재회하고, 계모가 아닌 계부와 이복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신데렐라는 로시니 오페라 속 특별한 요소다. 친숙한 줄거리와 함께 배우들의 각종 아리아가 어우러지며 한편의 특별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난 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열린 광주시립오페라단 콘서트오페라 ‘신데렐라’는 남녀노소 모두가 몰입할 수 있는 가족오페라였다. 오페라 중에서는 흔치 않은 4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어린이 관객들이 좌석을 한가득 메웠다.

이날 신데렐라 역은 메조 소프라노 김세린, 왕자 돈 라미로 역 테너 이승민, 의붓아버지 돈 마니피코 역 바리톤 김지욱, 의붓언니 클로린다와 티스베 역에 각각 소프라노 신은선·박혜민, 시종 단디니 역 바리톤 조재경, 왕자의 스승 알리도로 역은 베이스 김일동이 분했다. 공연 시작에 앞서 이경재 연출가가 가족 관람객들을 위한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카메라타전남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합을 맞추며 극을 흥미진진하게 끌어갔다.

‘재투성이 아가씨’라는 이름의 뜻처럼 신데렐라는 계부와 의붓언니들에게 하녀 취급을 당한다. 온갖 궂은 일을 맡지만 신데렐라는 ‘옛날에 어떤 왕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로시니 오페라 ‘신데렐라’는 원작과는 다르게 현실성을 강조한다. 호박마차나 유리구두와 같은 마법적 요소를 제외하고 우연히 만난 왕자 라미로와 신데렐라가 첫눈에 반하는 등 인간의 감정과 경험 그 자체에 비중을 뒀다.

왕자의 스승이자 철학자인 알리도로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걸인으로 변장, 신데렐라 집에 찾아가 왕자의 신붓감을 모색하고, 후반에는 둘의 만남을 돕는 등 원작의 요정 할머니를 대신한다.

의붓언니 클로린다와 티스베 역의 감초 역할도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시종 단디니를 왕자로 착각하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으로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데렐라’ 마지막 장면에서는 6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화려한 가창력을 뽐냈다. 각자의 개성적인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며 풍성한 하모니가 절정을 이뤘다.

재치와 유머가 깃든 로시니만의 스토리와 역량을 갖춘 성악가들의 조화가 빛난 무대였다. 등장인물들의 주도적인 스토리 전개에 순수함과 사랑의 힘을 강조한 신데렐라 이야기 특유의 매력이 더해져 오랜 여운을 남겼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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