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민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역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잘 교육받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매년 지역대학에서 많은 학생이 졸업하지만, 정작 지역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기업의 수요와 지역대학 졸업생의 요구가 맞지 않는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 때문이다. 이런 일이 지속되면, 지역 기업과 대학은 물론 지역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지역기업이 필요한 인력은 현장 적응능력이 뛰어난 인재이다. 그러나 지역대학은 지역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교육이 지나치게 이론 중심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라이즈’, ‘글로컬’과 같은 사업을 통해 지역과 연계한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대학 졸업자 대부분은 지역기업에 취업하기를 꺼린다. 지역대학 졸업자는 수도권 기업이나 공직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그 바탕에는 지역기업은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지역에도 경쟁력 있고, 근무환경이 뛰어난 많은 직장이 있다.

지역기업과 지역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독일 미텔슈탄트 대학이다. 이 대학은 2000년 6월에 설립됐다. 역사가 짧지만, 독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중의 하나이다. 취업률이 높기 때문이다. 졸업생의 80%가 취업하고, 나머지 20% 정도는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 대학은 비영리 조직인 ‘교육과 수공업 재단(Stiftung Bildung und Handwerk)’이 운영하고, 5천개 이상의 강소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실무와 현장 중심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대학 이름도 독일어로 강소기업을 의미하는 ‘미텔슈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텔슈탄트 대학은 독일의 9개 도시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캠퍼스마다 운영하는 학과가 다르다. 예를 들어 미디어 산업이 발전한 쾰른에는 여러 학과가 있지만, 미디어 관련 학과가 특화된 방식이다. 지역기업 종사자가 직접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지역기업에서 인턴십을 통해 실무를 익힌다.

이 대학이 기술인력 양성에 치중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비즈니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건강 및 스포츠’, ‘기술’, ‘교육학 및 사회관리’, ‘심리학’ 등 6개 분야에 35개 학사과정과 16개의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모든 과정이 현장 중심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의 방향을 분명히 공표하고 있다. 학생들이 최신의 전문 지식을 익히도록 하고, 창업자나 관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자신 있게 발표하고 그룹과 팀을 이끄는 능력도 키우도록 한다. 졸업자가 직업현장에서 잘 적응하고, 성공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지역 기반의 강소기업이다. 이들은 미텔슈탄트 대학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한 인력을 직접 수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기업은 학생들이 미래에 자신의 기업을 이끌 인재라는 관점에서 교육을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졸업 후 지역기업에 취업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지역대학들은 미텔슈탄트 대학처럼 지역에서 필요한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역기업들도 지역대학과 학생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애정을 쏟았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장점을 얼마나 홍보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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