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이희호 여사가 37년 간 머물렀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광주전남김대중재단은 사적으로 취할 공간이 아니라며 민간인 매각 백지화를 촉구했다. 김대중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민주당에 대해선 사실상 방치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장소다. 5·16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입주한 DJ는 미국 망명, 영국 유학 시기 및 2년여 일산에서 생활한 것을 빼고는 2009년 8월 서거때까지 지냈다. 고난과 투쟁의 정치 인생 대부분을 보냈으며, 군사독재 시절 55차례 가택 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동교동계’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수호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 지도자다. 이 여사 유지에 따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영구 보존돼야 마땅한 것이다.

너무도 명백한 국가적 자산이다. 이론의 여지조차 없다. 오는 9월 시행되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이 보전·활용 가치가 있는 것을 등록문화유산으로 관리할 수 있다. 때마침 신안 하의도 김대중 대통령 생가가 전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특히 이화동의 이승만 대통령 가옥, 신당동의 박정희 대통령 가옥, 서교동의 최규하 대통령 가옥이 이미 국가등록문화재로 유지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지극히 합당하다.

동교동 사저는 2020년 5월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건립 이후 50년이 지나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유산 신청이 거부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상속세 문제에 맞물려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재단은 시민 모금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왜 행동하지 않았냐며 김대중 정부와 관련 인사들에게 되물었다. DJ 탄생 100주년 및 서거 15주기의 해다. 광주·전남 시도민은 물론 온 국민들도 충격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껏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이 이제라도 책임감을 갖고 지혜롭게 풀어내야 한다. 동교동을 꼭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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