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8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운동장. 입추가 지났음에도 열대야나 다름없는 무더위가 밤중까지 계속되자 시민들이 오히려 땀을 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안재영 기자

“더운 밤 푹 잘 수 있도록 땀 빼러 나왔습니다. 남은 여름도 건강하게 보내야죠.”

지난 10일 오후 8시께 광주 광산구 쌍암공원은 공원 내 호수 주변의 산책길을 걷거나 달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최저기온이 24.4도까지 밖에 떨어지지 않는 등 열대야나 다름없는 무더위가 밤중까지 계속되자 이를 피해 나온 이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목과 등허리에 땀줄기가 줄줄 흘러내리자 일부는 공원 정자에 앉아 캔맥주 등 음료를 마시며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은 정자 주변 철봉에서 누가 더 오래 매달리는지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쌍암동 주민 박모(48)씨는 “에어컨을 튼 집이 제일 시원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답답해 해 자기 전 함께 운동하러 나왔다”며 “땀을 쭉 빼면 잠도 잘 와 여름을 건강하고 슬기롭게 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운동장은 도깨비처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운동장을 둘러싼 트랙 곳곳은 비에 젖어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 보였으나, 런닝족들의 질주 열기를 꺾진 못했다.

이들은 젖은 구간은 피하거나 천천히 걸어가다가 마른 노면에서 다시 속도를 올리면서 쉴 새 없이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잔디밭에선 풋살 시합이 펼쳐져 그 어느 곳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친구·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팀을 짜 온 시민들은 ‘수중 경기’까지 불사하며 더위를 날려 보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낮에는 너무 더워 밤에 주로 운동을 한다”며 “땀과 비에 젖어 꿉꿉하긴 하지만, 씻고 난 뒤엔 오히려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직장인 서모(35)씨도 “적당히 내린 비가 몸을 식혀줘 평소보다 더 땀을 뺐다”며 “시원한 실내도 좋지만, 달리고 난 뒤엔 몸은 물론 기분도 상쾌해져 남은 여름도 이렇게 보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6시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광주지역 최고기온은 28.7도까지 올랐으나, 최저기온이 24.4도로 측정돼 열대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이날 최고체감온도는 34.6도, 최저체감온도는 28.8도였다.

이번 주 광주·전남은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12-13일 광주·전남 최고기온은 31-35도, 14-16일은 평년(29-32)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폭염 경보가 유지 중인 광주·전남은 당분간 최고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온열질환 등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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