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남부대 교수·웃음 명상전문가

한 여름밤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할머니께서 큰 부채로 손자들의 몸을 슬렁슬렁 부채질해 주면서 달님과 호랑이 이야기를 해주시던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난다. 매년 역대급이라는 기후 상황을 겪으면서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외할머니댁의 옛날이야기 장면을 기억하려고 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필자의 외할머니는 기억력이 참 좋으셨다. 8남매 자식의 생일은 물론 40여 명이나 되는 손자들의 이름도 다 기억을 하셨고, 아이들과의 추억거리도 곧잘 얘기하셨다. 참 대단한 기억력을 갖고 계셨다고 생각된다. 요즘 초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암(癌)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바로 치매라고들 한다. 시니어 세대가 늘어나면서 웃음치료도 자연스럽게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많이 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재미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던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을 해도 문밖을 나가면 다 잊어버린다고들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강의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기억에 남게 할까’하고 생각하며 연구를 한다. 민요와 가요에 개사를 해서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신나는 치매예방 체조도 연습한다. 사자성어에 맞춰서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만 강조한다. 또 그것을 아리랑에 맞춰 가사를 만들어 손뼉을 치면서 함께 불러본다. 자, 그럼 생활 속에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크게 따라 하세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다.

첫째, 지(지키자)는 뇌혈관의 건강을 지키자 이다. 혈압과 당뇨, 비만, 금연 관리를 통해 뇌혈관을 잘 지키자

둘째, 피(피하자)는 과음·과식을 피해서 적정 체중 관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

셋째, 지(지속하자)는 매일 걷기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 사회활동, 지적활동을 지속하자

넷째, 기(즐겁게 살자)는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 있는 즐거운 생활을 하자

나이가 들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웃음이다. 울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무슨 “웃음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인생일장 춘몽인데 아니나 놀지는 무엇 하리요. 어르신들께 언제가 청춘이었냐고 물으면 엊그저께라고 답하신다. 청춘을 돌려다오~~ 라고 신명나게 노래하시던 현철 선생님과, 전국~~노래자랑~~을 외치시던 송해 선생님이 고인이 되셨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생로병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사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솥밥 먹고, 마당에 핀 꽃과 바둑이도 쓰다듬으면서 수일 아프다가 가는 것이 최고라고들 하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자식들 이름이 가물가물하고 우울해진데다 화를 자주 내고 되돌아가는 자신의 집이 어디인지 생각이 안 나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면서 불행한 노년의 마지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평소 혈압이나 당뇨는 관리만 잘해도 건강한 노년 생활이 가능하다. 누구나 노화로 인한 질병은 찾아오기 마련이기에 매일 신체활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손발을 많이 움직이고 박장대소 운동도 꾸준히 해서 즐거운 마음을 유지해 줘야 한다. 동네에서 좋은 잔치하고 교육한다고 하면 한걸음에 달려가 즐겁게 참여해 보자. 전국노래자랑 TV에서 보면 항상 나타나는 노란색, 빨간색 모자를 쓰신 응원부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사시는 분들 같았다. 지구를 머리로 생각한다면 요즘 지구는 아마 두통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일 것이지만 그나마 태풍과 화산폭발로 화(火)기운을 다스리며 유지해 가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남아도는 어린이 놀이터의 수요를 잘 조절해 오래된 놀이터를 어른이 놀이터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해볼 만할 것이다.

치매는 가족과 주변의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면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측도 가능해지고 지자체나 기관에서 검사비용 금액의 일부분 지원도 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평소 장 건강, 구강 건강, 뇌 건강을 잘 지키는 삼박자 건강생활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