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운주사 마애 여래좌상’ 앞에 선 김준호 화백.

“현장에 찾아가 눈으로 보고 느낀 감흥을 회화에 그대로 담아내려 했어요. 화순 운주사엔 불상이 많은데요. 제 작품엔 꾸밈이 없으면서 신앙심이 돋보이는 돌부처가 많이 등장합니다. 투박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돌부처에선 잘 다듬어진 훌륭한 조각들보다 어떤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았어요. 지난 몇 년 간 먹을 이용한 드로잉으로 이러한 석상들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관선재(동구 중앙로 196번길 15-33)에서 23번째 개인전을 여는 김준수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시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신작 위주의 5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운주사 돌부처’, ‘소나무’ 등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은 한국적인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김 화백의 돌부처 드로잉은 캔버스를 바탕으로 질감을 살리기 위한 돼지털붓을 사용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콩테며 연필이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보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종이와 연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공식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체득해야 하는 거에요. 연필로 그린 밑그림으로는 도무지 느낌이 살지 않아 먹그림을 시작하게 됐죠. 마치 서양화를 그리는 것처럼 여러 번 덧칠하면서도 먹물이 너무 번지지 않게 명암을 표현하길 반복했어요. 그렇게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돌부처 그림이 완성됐죠.”

김 화백의 ‘돌부처’는 천불천탑이나 와불 등 완성도 높은 조각들은 아니다.

왼쪽부터 ‘운주사 분신불’, ‘거지 오층 석탑’, ‘운주사 불두’

오랜 시간 풍파의 영향으로 깨지거나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불두’나 넓적한 돌을 지붕 삼아 아무렇게나 얹어놓은 듯한 모양의 ‘거지탑’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가 운주사 돌부처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러간다. 1986년 40대 나이에 대장암 판정을 받고 5년 간 항암 치료에 전념하던 때 그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접하고 지역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운주사 현장을 수없이 찾아 답사하고 곳곳의 탑과 불상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데 몰두했다.

암 투병을 이겨낸 그에게 소박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투박한 불상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여든 중반을 넘긴 그이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다.


“언제까지 붓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 닿는 데까지 그림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어요. 동백이나 금강산, 무등산 등 작업에서 더 나아가 최근 불상 그림을 이어오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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