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할 노릇이다. 30여년 만에 ‘판’이 깔렸다. 그런데 ‘선수’가 출발선에조차 서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설립 문제다.

전남도가 지난 4월 초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설립 대학을 공모 방식으로 선정, 정부에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립 순천대학교는 4개월째 공모 불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도 공모와 별도로 의대 독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변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의대 신설 건의에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전남도에서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하지만 순천시와 순천대를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권은 ‘전남도에는 공모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공모 불참과 함께 독자 추진 방침을 밝히며 전남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순천대와 동부권의 입장이 사실 관계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의대 신설 주무 부처 장관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전남도 공모 결과를 반영,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도 동일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특정 대학이나 자치단체의 독자적인 의대 신설 시도는 중앙정부로부터 힘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결국 독자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미 전남도의 공모 절차는 시작됐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그동안 순천시, 순천대와 의대 유치 독자 추진에 보조를 맞춰온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도 최근 태세를 전환, 순천대의 공모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대 유치 가능성은 0%라는 위기감에 기인한다.

이제라도 순천대는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전남권 의대는 정치 논리나 특정 지역의 이해 관계에 좌지우지될 사안이 아닌, 전남도민의 필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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