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백운광장 지하차도 사업비를 뒤늦게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개통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당초 588억원(국비 136억5천만원, 시비 451억5천만원)에 더해 시비로 350억원을 충당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정이 생겼다.

교통사고 위험 증가와 체증 심화 우려에 따라 2021년 양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방재등급이 상향된 내용을 간과했던 것이다. 3등급에서 2등급이 되면서 기계실, 관리소, 환기 팬 추가, 비상 탈출·대피로, 폭우 대비 차단시설 등을 추가해야 하고, 중앙분리대 설치까지 그 비용 만큼 광주시가 떠안아야 한다. 수년간 온갖 불편을 감수해 온 시민들을 볼 낯짝이 있는지 묻게 된다.

백운광장 지하차도는 강기정 시장이 2022년 취임과 동시에 해결을 약속한 ‘5+1’ 현안 중 하나로 사업이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시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방침으로 계획대로 내년 6월 개통한다고 하지만 가뜩이나 SOC 예산이 부족한 마당에 다른 사업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광주시의 행정력 낭비에 따른 불신이 커졌다. 혈세 추가 투입으로 인한 재정 누수는 또 어쩔텐가. 당초 공사비를 책정할 때 시간에 쫓겨 방재등급별 시설물 설치 등을 놓쳤던 것 같다고 변명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엄중 문책해야 한다.

당초 2015년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사업비와 지하공간, 교통량 등을 감안, 조선대에서 농성광장 방향 편도 2차로 추진을 결정한 것부터 논란이 일었다. 인근 주민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양 방향으로 변경을 건의했고, 광주시는 자문회의를 열어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공사가 막바지로 향하는 시점에서 시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곤혹스런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자체의 행정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한번 결정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쓰이는 것은 물론 주민들 실생활에도 직결된 때문이다. 보고받은 강 시장이 격노하고도 남는다. 공개적 사과와 함께 재발을 막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