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으로 여겼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이상기후에 농민들은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얼마의 보상금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인삼 잎·줄기 마름(고사)을 농작물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전남도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피해 면적은 전체 재배 378ha의 38%에 달하는 135ha로, 영암 68ha, 해남 42ha, 나주 19ha, 영광 5.7ha 등이다.

전남도는 급속히 확산되는 벼멸구도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도내 피해는 1만9천603ha로, 전체 재배 14만8천ha의 13.3%에 이른다. 지역별로 고흥 2천667ha, 해남 2천554ha, 보성 1천988ha, 장흥 1천776ha, 무안 1천500ha 등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 많은 비까지 더해졌다. 벼 도복은 8천158ha, 배추 생육 장애 642ha, 낙과 5.5ha로 파악하고 있다. 도는 도복벼 기준 완화, 가루쌀 수발아 1등급 매입, 벼멸구와 호우로 인한 피해 벼 전량 잠정등외 매입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촉구했다.

자연재난이 잦아지며 농작물 피해가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그 규모가 커질테고 농가들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올해 여름 폭염특보가 평년에 비해 길고 최고기온도 껑충 뛰었다. 벼멸구가 번지며 인삼·채소 등 생육 장애로 이어졌다. 추석 연휴 직후엔 400㎜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곳곳에 침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농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죽을 지경이다. 쌀값 하락, 배추값 폭등 등 시장가격 왜곡까지 원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불가항력으로 손쓸 도리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지금, 농업의 기반이 흔들려선 안 된다. 피해 조사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복구비를 제때 지급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재해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한 곳이라도 농가가 보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정부는 농작물재해 인정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방안까지 종합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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