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폭염과 기습 폭우에 배추가 말라죽고 모종 공급까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고공행진 중인 배추값에 농민은 마찬가지고 소비자들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가을 생산량이 최소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중국산을 수입해 푼다지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보식에 나선 곳이 20-30%에 이른다. 여기에 현재 시장에 출하되는 여름 고랭지 배추도 급등하면서 상승 기대감으로 추가 정식하는 농가가 늘었다. 육묘장의 물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특히 모종마저 발아·생육 장애로 불량이 다수 발생하고 밭에 심은 것까지 고사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평년에 5-6천원선이던 모종 한 판(128-196개)이 2-3만원대로 올랐다. 그러나 이도 구하기 어렵다. 사실상 품절이다.

최근엔 집중호우로 도내에선 641.7㏊ 규모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작목전환 지원 사업을 통해 올해 재배 면적이 400㏊ 줄어들었다. 지난해 가을·겨울배추 생산이 4천195㏊였던 최대 주산지인 해남도 22.8%가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올해 전국 가을배추 재배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만2천870㏊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1%, 4.3%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금(金)배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 시즌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가 모자라 대란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벌써부터 포장김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품귀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재배 면적이 준데다 기후 위기가 겹쳐 가격이 치솟았다. 파릇파릇해야 할 드넓은 밭이 휑하게 변했다. 하늘만 원망해야 하는지 농민들은 손을 놓고 있다. 농사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이 들어와 국내 농가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밭을 갈아엎어야 할 수 있다.

가을·겨울배추 수확이 맞물려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수급 균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한 가닥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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