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토)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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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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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마르셀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
형광등이 켜진 텅 빈 장소 전체가 신시아 마르셀의 작품이다. 낮은 천장에 이리저리 튀어나와 있는 천장 구조물을 통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유령처럼 남겨진 공간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사회 구조적 현장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한다.
▲웬디메겐 베레테 ‘베일을 벗기다’
전시실 벽면을 가득 메운 모자이크 영상이 계속해서 깜빡인다. 3천명의 에디오피아 열사들의 작은 초상들로 이뤄진 비디오 콜라주 작업은 들여다보면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각각의 개체들이 이룬 역사는 커다란 공간을 지닌다는 은유를 나타낸다.
▲미라 만 ‘바람의 사물’
작품 자체가 파독 간호사를 기리는 파노라마식 기념비다. 작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국을 떠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와 한국 민속 설화 및 고전에 나오는 바리공주와 심청의 여정을 나란히 놓고, 그 사이를 잇는 풍물놀이 악기를 상징적으로 배치했다.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살아온 존재, 한 사회에 잘 녹아들어 있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풍물’은 소리로 항의하는 방법이자 표출임을 보여준다.
#2전시실
▲성 티우 ‘시스템의 공허’
이 작품은 에너지 인프라의 건설과 운영에 내재한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법치주의와 관료주의 체계에 잠식된 사회정치적 권력을 주목하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스며든 정보 통제와 감시가 어떻게 우리의 집단의식까지 스미는지 밝힌다. 모래에 파묻힌 대형 금속 파이프를 재현한 설치 작품에 실제 화학 물질이 유정에 주입되는 소리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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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 ‘아래’
작가는 석유 추출의 부산물인 ‘역청’이 예로부터 실용적 목적과 제의적 목적에서 사용된 재료인 점에 주목했다. 검고 반짝이고 끈적이는 역청이 지표면으로 올라올 때 나는 중얼거림은 지하 세계 신들이 고대인들에게 들려주는 속삭임과도 같다. 작품에 귀를 기울이면 석유 추출 알고리즘을 원형으로 한 음향이 재생된다.
#3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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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스컬티 ‘광주 기록’
‘광주 기록’은 광주에서 머물며 수집한 폐기물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설치 작품이다. 광주 쓰레기 매립장의 폐기물을 압축해 조각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폐기물을 뒤집어쓴 3개의 석고 버섯 조각을 전시한다. 버섯 조각 뒤 벽면에 있는 오선보에는 음표 대신 폐기물이 자리잡았다. 존재 가치를 잃은 폐기물은 하나의 유기적인 환경으로 자리한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 ‘용해의 들판’
대형 설치 작품 ‘용해의 들판’은 생태적 환경과 인공적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정원처럼 보인다. 그라피티로 뒤덮인 2층 아동용 이층 침대에는 돌연변이 시체가 누워있다. 이 시체를 타고 내린 탁한 물이 폭포가 돼 분지 안을 채운다. 모든 물질은 죽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유동한다는 작가의 관점은 오염을 단순히 종결로 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성이자 시작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4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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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위모 ‘*휘젓다’
불규칙한 구 모양의 유리 전구가 천장과 바닥에 놓여있다. 그 가운데 헝겊으로 만든 형상이 자리한다. 이 형상이 안고 있는 그릇에는 생명의 초기 기원과 연결되는 남조세균과 다른 광합성 미생물의 미시 생태계가 담겨있다. 그릇 안 생태계에 대한 응답처럼 국악 밴드 이날치 전 멤버 송희의 드럼소리와 어우러지는 판소리 가락이 재생된다. 작품과 어우러지는 음향은 생명과 인간의 공통 기원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5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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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인가든 ‘꿈의 집 세계’
‘꿈의 집 세계’는 작가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으로, 이전 프로젝트보다 확장된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사무실 블라인드로 구분된 4개의 방에 인간의 척추 모양을 닮은 현악기, 구리판에 새겨진 암호와도 같은 지도, 말하는 버섯, 비디오 게임이 놓여있다. 어떤 존재의 감정 노동과 에너지가 이 체계를 움직이는 동력인 한편, 개인적인 자아의 변화와 집단 내 정체성을 통해 체계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양가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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