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기아타이거즈 김도영, 소크라테스, 최형우, 나성범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야구의 백미는 단연 홈런이다. 시원하게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그 자체로 관중을 열광시키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홈런 한 방은 경기장의 열기를 단숨에 끌어올리고, 때로는 승부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홈런 군단’으로 거듭났다. 정규리그 기간 동안 총 16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경기당 평균 1.13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는 지난해 101개(경기당 0.7개)와 비교하면 무려 60개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KBO 리그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피치 클락 등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홈런 숫자다.

팀 홈런 순위에서도 KIA는 삼성(185개)과 NC(172개)에 이어 3위에 자리했으며, 최하위 키움(104개)과는 약 60개 차이난다.

특히, KIA는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4명에 달해 KBO 리그 10개 팀 중 삼성과 함께 가장 많은 파워 히터를 보유한 팀이 됐다.

그 중심에는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이번 시즌에만 무려 3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 내 홈런왕에 등극했고, 이어 소크라테스(26개), 최형우(22개), 나성범(21개)이 그 뒤를 이었다. 이 4명의 선수들이 합작한 홈런만 해도 107개에 달한다.

이는 키움의 전체 홈런 수(104)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규리그 3위 LG(115)와도 불과 8개 차이다.

KIA가 20홈런 타자를 3명 이상 배출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이외에도 이우성, 최원준, 김선빈 역시 언제든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로, KIA 타선은 그야말로 ‘대포 군단’ 이미지를 굳혔다 .

홈런을 칠 수 있는 자원이 많으면 단기전, 특히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무대에서 매우 유리하다.

정규시즌과 달리 지키는 승부가 많은 단기전에서 홈런의 위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분위기를 지배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KIA는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이범호 감독의 만루홈런으로 두산과의 5차전에서 흐름을 바꾸며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큰 것 한방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홈런을 치는 자원이 가장 많은 KIA와 삼성이 극적인 상황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단기전에서는 페넌트레이스의 홈런 성적이 그저 참고사항일 수 있다. 중요한 승부처에선 감독의 빠른 판단과 임기응변, 선수들의 사기, 승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야구는 선수들의 기량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경기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와 김도영이 KIA의 우승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은 자명하다.

팬들은 이들이 만들어낼 V12를 향한 홈런포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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