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기아타이거즈 양현종, 네일,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가 2024 KBO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며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시즌 초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이 흔들릴 위기가 있었으나, 신임 이범호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재정비하며 전통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시리즈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산 12번째 KS 우승을 노리고 있는 KIA의 올 시즌 1위 원동력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했던 KIA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짜임새 있는 투·타의 조화를 자랑했다.

이중 KIA 마운드는 평균자책점(4.40) 1위, 피안타율(0.269) 2위의 철벽같은 안정감을 자랑하며, 리그 우승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끊이지 않아 선발 로테이션 정상 가동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 선발투수 5명 중 무려 4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5월 초 외인 투수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6월 말 이의리도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7월에는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로 전력에서 빠졌고, 설상가상 8월 말에는 팀의 핵심 투수 네일마저 안면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KIA는 마운드 수혈을 위해 외인 투수 알드레드와 스타우트를 추가 영입했지만, 이들마저도 부진한 경기력과 부상 등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후반기 끝무렵에 입단한 MLB 출신 라우어도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그 결과, KIA 선발진의 올 시즌 소화이닝은 709.1이닝(평균 4.92이닝)으로 10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렀다. 144게임을 치르는 동안 경기당 5이닝 아래로 던진 셈이다. 1위 롯데의 763.2(1경기당 5.3) 이닝과 비교하면 50이닝 넘게 부족한 투구 수다. 선발 투수의 견고함을 증명하는 퀄리티스타트도 리그 최하위에 그쳤으니, 마운드의 무게감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히 ‘대투수’ 양현종과 ‘에이스’ 네일이 마운드를 지탱했고, 대체 투수와 불펜의 활약으로 선발진 구멍을 잘 메워나갔다.

29경기 선발로 등판한 양현종은 11승(5패) 성적과 함께 팀 내 최다 이닝(171.1), 최다 퀄리티스타트(15)를 기록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KBO 최초 10년 연속 170이닝 투구 이정표를 세우며, 극단적인 올해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도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 KBO 리그에 입성한 네일은 팀 내 최다승인 12승(5패)과 리그 1위의 평균자책점(2.53)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KIA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그의 주무기인 스위퍼는 KBO리그를 지배하며, 네일을 정규시즌 MVP 후보로까지 올려놓았다.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네일의 활약이 필수적이며, 그의 1차전 등판이 승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5선발 좌완 영건 윤영철은 18경기 7승을 올려 역할을 다했고, 대체 투수 황동하(103.1이닝)와 김도현(75이닝)도 선발진 공백을 메우는 데에 효자 노릇을 하며 이범호 감독의 근심을 덜어줬다.

짠물투구를 과시한 불펜진은 시즌 우승의 숨은 주역들이다.

타선이 불을 뿜고, 선발 투수들이 호투하더라도 불펜진의 ‘지키는 야구’가 없었다면 KIA의 독주는 힘들었을 것이다.

KIA 불펜은 세이브(44) 1위, 평균자책점(4.92) 리그 2위를 지켰고, 특히 경기 후반(7-9회) 평균자책점(4.32)과 연장전 평균자책점(1.27)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필승조’ 전상현(10승19홀드), 장현식(5승16홀드), 곽도규(4승16홀드), 최지민(3승12홀드)이 허리에서 굳건하게 버텨줬고, 마무리 정해영이 뒷문을 책임졌다.

이 가운데 ‘맏형’ 장현식은 팀 내 가장 많은 7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점대의 호성적으로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고, 전상현은 2016년 데뷔 이래 개인 최다승과 최다 홀드를 올리며 팀에 크게 공헌했다.

최연소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한 정해영은 개인통산 3번째 3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1998년 임창용 이후 2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 구원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이제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네일을 필두로 한 선발진과 철벽 불펜의 힘이 단기전에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어려움을 이겨내며 리그 정상에 오른 KIA가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지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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