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토)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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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그리고 새로운 기술로 생기는 현상을 예술과 접목시켜 이야기하고자 해요. 또 제 작업은 미의 본질적 모습에 접근하고자 하는데요. 아름다움의 기준과 여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비판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5일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만난 신체미술의 대가 프랑스 여성 거장 생트 오를랑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변형하는 수술 생중계 퍼포먼스를 통해 ‘미’에 대한 새로운 신념에 도전하며 새로운 신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한 예술가다.
신체로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적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오를랑은 최근에는 변형된 가상 신체를 활용해 사회적 목소리를 예술적 실천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오를랑’이라는 단어는 불어에서 여성형도, 남성형도 아닌 이름이다. 기존의 관습과 전통을 넘어서 스스로에게 이름을 부여했다.
이런 그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개인전을 펼쳐 눈길을 끈다. 오는 12월5일까지 G.MAP 1,3전시실과 외벽 미디어 파사드월에서 진행되는 ‘오를랑 하이브리드: A.rtistic I.ntelligence’ 전시다.
이번 전시는 기술이 갖는 무한한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1990년대 그의 초기작부터 증강현실, 디지털 포토몽타주, 홀로그램을 활용한 최근 작업까지 망라한다.
1990년대 3년 간 뉴욕, 파리 등지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선보인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자신의 얼굴과 몸을 예술의 매체로 삼아 변형하고 절개하는 모습을 생중계한 일은 당시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금기시됐던 신체 훼손이라는 예술적 실험은 저항하는 몸, 주체적인 신체성과 자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오를랑은 “흔히 아름다움이란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의해 정해지곤 한다. 내 작업은 특히 여성의 몸과 정신에 가해지는 사회·정치·종교적 압력을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오를랑의 작업은 물리적 육체를 넘어 DNA, 유전자에까지 확장된다. 그는 생명공학, 해부학 등을 통해 자신의 신체가 다시 한번 재명명되는 예술적 활동을 이어나간다.
북극곰·코뿔소·코알라·수달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함께 있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 속 오를랑은 각종 재활용 재료와 물건들로 자신의 몸을 구성했다. 증강현실 기법을 접목한 작품에는 새로운기술들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이밖에도 전시장에서는 큐알코드를 활용해 증강현실 속 ‘베이징 오페라 가면 시리즈’를 즐길 수 있는 실감 콘텐츠, AI로 구현된 오를랑의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작품 등이 전시 중이다.
이경호 G.MAP 센터장은 “오랫동안 기술과 신체를 매개로 사회적 문제를 제기했던 오를랑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기후위기와 관련한 오를랑의 신작은 전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생태적 메시지를 공생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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