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원을 운영하는 정동열 농원장과 고효숙 유기농 명인

“안전먹거리를 위해 유기농을 시작한 지 30여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그에 맞는 유기농 정책이 함께 가야 더 발전된 친환경 농업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영암군 신북면 원행정길에서 ‘유기농원’을 운영하는 고효숙(74·여)명인과 그의 반려자 정동열(84)농원장.

명인의 유기농업 시작은 지난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직 후 그는 노후생활을 서울에서 하기 위해 광주에 있던 집까지 팔고 상경했다.

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던 어느 날 명인은 시장에서 과채를 구매해 먹을 때마다 역겨운 냄새를 느꼈다.

당근과 오이까지 모든 농산물에서 그 같은 냄새에 고생했으며 특히 포도를 먹을 때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였다.

평소 먹는 게 즐거워야 일이 즐겁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명인은 몇 년간의 고민 끝에 고향 근처인 영암에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키워 먹겠다는 결심으로 지난 1990년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당시 저농약부터 시작해 무농약까지 전환기를 거쳐 2006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농업에 대한 큰 지식은 없었지만, 토양개량이 먼저라 생각한 명인은 참나무 톱밥과 계분을 활용해 미생물 호기성 발효퇴비를 투입해 땅을 관리했다.

병해충관리는 은행 등의 추출액으로 기피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균 방제용으로는 강산성의 목초액과 농장에서 직접 만든 감식초를 사용한다.

수십 년간 이 같은 친환경 농법을 지속 유지해 온 결과 지난 2012년에는 단감 재배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전남도 유기농 명인’ 제16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3만3천57.85㎡(1만여평)에서 단감, 대봉, 꾸지뽕, 석류, 쌀 등을 모두 유기재배 하고 있다.

또한, 명인은 식품공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만학도다.

명인이 만든 감식초, 감백초 등 발효식품.

그는 유기인증을 받은 뒤부터 감식초, 감백초 등 발효식품을 가공해 판매해 오다 더 올바르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늦은 나이지만 미생물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가 지난 2017년도에 학위를 받았다.

이 외에도 명인은 친환경농산물 홍보를 위한 유기농업 체험·관광상품화에도 관심이 높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농원에서 숙박하며 유기농업을 체험하는 우프팜 등을 운영하며 지난 2008년 프랑스인들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수백 명의 사람들이 유기농업을 경험했다.

앞으로 명인의 계획은 유기농업의 1세대 선배로서 많은 후배 농부들이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고효숙 명인은 “1990년대 후반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이 수립되기 시작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며 “아직도 농산물 공판장에 유기농산물 코너 하나 제대로 없어 많은 유기농업인들이 판로를 걱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로가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기농업 선배로서 같이 하자고 주변에 장려할 수가 없고 앞으로 기후 문제와 환경을 바라볼 때 친환경은 필수”라며 “이러한 친환경 농업이 지속 확장될 수 있도록 이제는 유기농산물 코너 등 정부의 유기농 정책이 뒷받침돼야 많은 농가가 참여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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