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 비용이 폭등한 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주택 미분양, 수주 감소까지 맞물려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4년 사이 30%p나 급등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와 같은 직접 공사비를 대상으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대한건설협회의 공사 부문 시중노임 자료 등을 이용해 건설기술연구원이 작성하는 가공통계다. 이 같은 건설 현장에서의 공사비 상승은 건설업체들의 원가율 하락을 주도하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방 건설사들의 원가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폐업하는 건설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는 전국적으로 3천164곳(종합공사업 540곳, 전문공사업 2천624곳)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5곳 늘어난 것으로 건설 경기 불황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국 미분양 주택 6만6천776가구 중 78%인 5만1천909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어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방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현장과 괴리된 단가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건설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어서다.

실제 전체 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거푸집 항목의 경우 합판거푸집 표준시장단가는 규격별 4-7만원 정도로 설계 금액에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단가는 7-10만원에 이른다.

안전관리비 요율 현실화도 시급하다. 안전 관리·감독이 강화돼 안전관리비 실사용 금액이 설계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적격심사와 간이형종심제 대상 공사 낙착률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설계 금액에서 13-20%를 삭감해 낙찰받게 하는 적격심사와 간이형종심제 기준으로는 건설사의 적자는 불가피하다. 낙찰률을 현재보다 10% 이상 높이지 않는 한 지방 건설업계의 붕괴를 막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당국이 지방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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