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국회 요구에 따라 해제되는 급변 사태가 벌어졌다. 수도 서울 상공에 군헬기가 날고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의원,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긴박한 광경이 연출됐다. 한밤중 영화 같은 상황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뜬 눈으로 지새웠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엄준비설을 언급한 바 있지만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의원들도 믿지 못하는 듯 했다. 가까스로 국회가 정족수를 충족하고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야당 주도로 열린 본회의에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참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정치와 사회,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극비리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원 총동원을 내려 ‘무효’를 선언할 때까지 155분이었다. 재차 담화 형식을 통해 계엄을 해제하기까진 6시간에 불과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행정 및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으며,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언론과 출판도 통제하는 등의 내용으로 포고령 제1호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은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근거로 제시한 것인데 ‘실패한 역사’로 귀결됐다.

TV 생중계로 일촉즉발, 혼돈의 밤을 함께 한 광주는 1980년 5월 전두환 군부독재의 학살이 재연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면서 정당성이 결여된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이번 계엄령에 분노했다. 다행히 온 몸으로 계엄군을 막은 시민들의 도움 속에 국회가 해제를 의결하면서 안도하긴 했지만 쿵 놀란 가슴은 계속 뛰고 있다. 평소의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이다. 정치권이 정국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을 속히 마련해야 하겠다.

비상계엄은 헌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명백히 위헌, 위법이다. 광주시 등 지역사회는 연석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했다. 민주화 이후 처음있는 폭거로 기록될 것이다. 국회에서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전국 곳곳에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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