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6(목)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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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그치지 않았다. 여명이 밝으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한다. 붉게 타오르는 해를 맞기 위해 재촉해야 한다. 곧일텐데…, 급하다. 한 명 두 명, 간간이 행렬이 이어지곤 하다가 끊긴다. 다소 힘에 부쳐 보이기도 하고, 넉넉하게 걷는 사람도 보인다. 목표는 같다. 차츰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얼마나 남았을까? 돌아온 답은 ‘금방’이다. 기대 반 걱정 반 반신반의하며 숨이 턱에 닿을 지경에 올려다봤다. 희미한 여백이 드러나고 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가까워졌다. 마지막 남은 기운을 냈다.
저문 청룡(靑龍)의 해는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기인한 불황의 긴 터널에 5·18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 계엄령의 충격이, 또 연말에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폭발하는 끔찍한 참변이 덮쳤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연달아 일상을 무너뜨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많이 떠났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안부 인사조차 미안하다. 조심스럽다.
2025년 청사(靑蛇)의 해다. 뱀은 지혜와 영민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나아가 변혁의 표상으로 인식돼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치유의 신으로, 고대 인도에서는 땅과 비를 관장하는 풍요의 존재로 상정됐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의 각별한 의미를 안고 있다. 일제가 강제한 을사늑약을 통해 국권을 침탈당했으나 강렬한 항일투쟁 끝에 독립, 세계 10위 강국으로 자리했다. 국민 대통합의 역량을 결집하고,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야 하는 시기다.
드디어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도 체포됐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서울의밤’을 지휘했던 그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딱 맞다. 무소불위의 제왕적 통치가 총부리를 막은 처절한 저항 앞에 꺾였다. 몹시 심한 혹한에도 은박담요 한 장으로 아스팔트 위에 앉은 국민들이다. 또 한 번의 위대한 승리다. 내란은 물론이고 이후 법 집행을 거부하며 지속된 혼란은 수습될 게다.
역사적 국난 극복의 DNA를 지금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도, 공조수사본부의 조사도 머잖아 결론에 도달한다. 비정상과 비상식, 특권과 반칙의 청산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K-민주주의를 새로 쓰는 중이다.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회복되며, 국민 모두가 희망을 품고 무탈해질 것이다.
대통령 대행 체제에서 급선무는 경제 심리 개선과 내수 시장 반등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마찰 및 안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슈퍼 트럼피즘으로 증폭될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양극화 해결, 민생 안정을 위해 긴급하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부양에 나서야 한다.
‘아보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와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단어다.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신박한 키워드로 평범한 일상을 빼앗길 뻔했던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작더라도 확실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을 넘어서 크게 행복하거나, 그렇다고 크게 불행하지도 않게 무해한 날들의 소중함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연결성이 중시되면서 아무런 큰 일도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행복하다는 철학이다.
먹고 사는 게 이토록 만만찮은 적이 없었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최악이다. 소비절벽, 생산절벽, 투자절벽이다. 상대적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경기는 바닥이다. 모질다. 하지만 이 풍진 세상도 곧 지나갈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 내일도 평온하길 바란다.
산을 내려간다. 오를 때의 바람과는 다르게 무겁다. 정상에서 마주한 것은 능선까지 드리운 구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가 흩뿌렸다. 눈 소식도 있었다. 중턱에는 잔설이 머물렀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순 없다. 다시 산행을 준비해야 하겠다. 맑게 갠 푸른 하늘은 꼭 나타날 것이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 직후 불려졌던 노래, 네 줄을 지속 반복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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